가사를 음미해 가며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찾기가 어려워진 것처럼, 최근 범죄 영화들은 어찌나빠르게 진행되며 뒤집어지는지, 두뇌 회전이 느린 사람은 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한 가지 이야기를 시간 흐름에따라 친절하게 펼쳐놓던 옛날 영화에 익숙한 분들은 과거와 그 과거에 대한 회상, 현재, 미래를 종횡무진하며 반전과 배신을 거듭하는 최근 범죄물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저 사람이 아까 그 사람이야? 이 사람은 좋은 편이야 나쁜편이야?”라고 묻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
아내 납치로 시작되는 일본영화 <카오스>, 네 친구의 음모와 배신을 그린 <소설보다 이상한 이야기>, 제목 외우는 것조차 쉽지않은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등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개들>과 <펄프픽션> 이래 관객의 IQ를 시험하는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롭워커의 2000년 작 <서커스(Circus)>(18세, 콜럼비아)도 스카프를 흔들면 새가 날아오르는 마술처럼 눈속임이 현란한 범죄물이다.
사기꾼 리오(존 한나)와 릴리(팜케 젠슨) 부부는 헤밍웨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쿠바에서 낚시하는 삶을 꿈꾸며 마지막 큰 건을 노린다. 세금 문제로 골치를 앓고있는 갱 두목이 거액의 재산을 해외 도피시키려는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회계사 줄리어스(피터 스토메어), 릴리의 옛 애인 엘모(프레드 워드) 등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이들이 각기 다른 꿍꿍이를 갖고 참여한 데다,리오와 릴리마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형편이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나 가능한 줄거리 요약이지만, 사실 이런 친절은 아무 쓸모가 없다. 영화는 위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누가 누구를 배신하며, 누가 누구와 한 편인지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분들은 다음엔 이러저러한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넘겨짚고 싶겠지만, 뭐 그렇게까지 수고할 필요가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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