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의 1941년 진주만 기습공격을 다룬 월트디즈니의 새영화 <진주만(Pearl Harbor)>이 25일 미국 극장가에서 개봉됐으나 일본의 반응은 예상 외로 조용했다. <진주만>은 1억4천만 달러가 투입된 대형 블록버스터로 미군 조종사들이 겪은 진주만 공습을 특수효과를 곁들여 실감나게 묘사했다.
일본에서도 몇 달 간 예고편이 방영돼 젊은이들이 영화 관련 웹사이트에 `공습을 어떤 특수효과로 묘사했는지 빨리 보고싶다’는 글을 올리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영화의 일본 개봉은 7월14일이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진주만> 개봉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6일자 주요 신문들은 이 영화 개봉에 대해 언급조차 안했으며 NHK 방송도 지역뉴스와 다나카마키코 외상의 베이징 방문 소식 뒤에 영화 개봉을 다뤘다.
일부 일본인들은 이 영화가 미국에서 일본인에 대한 적대감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진주만 공습 후 12만 명의 일본계 미국인들이 스파이 활동을 할 것을 우려해 격리 수용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이 조치는 지금도 미국과 일본에서 비난받고 있다.
도쿄에 사는 하야마 요코(45) 씨는 "영화 예고편을 본 뒤 일본계 미국인 2세들이 인종차별이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지금도 2차 세계대전에서 맡았던 자신들의 역할과 진주만 공습의 정당성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부 역사가들은 미국이 일본에 대해 석유 등의 선적 금지조치를 내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 국민의 지배적인 견해는 진주만 공습은 일부 군부의 비이성적인 공격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진주만>은 일본에서 별다른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이는 어쩌면 2분짜리 예고편에 일본 관련 장면이라고는 공습 당일 야구를 하는 아이들 머리 위로낮게 나는 일본 전투기의 모습 밖에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도쿄=연합뉴스) yu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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