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타임>에서 김지현(29)은 놀랍도록 용기있고, 성실한 면을 보였다.
그의 성실과 용기가 없었다면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야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작품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 연예인이 올 누드를 감행했다면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인기 얻으려고 별 짓 다하네"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노출 여배우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시선이다.
노출해서 반짝 화제는 모을 망정 진정한 스타가 된 여배우는 없다. 도리어 ‘에로배우’로 낙인 찍혀 성적 상상의 대상으로 남을 수 있다. 큰 젖가슴을 언제나 출렁거리는 파멜라 앤더슨을 여배우나 스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룰라 시절에 자신의 몸을 끈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자들을 많이 경험했던 김지현의 연예계 경력은 벌써 7년. 이런 김지현이 몸으로 승부해선 될 일도 안된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
그러면서도 그는 <썸머타임>에 정말 열심히 몰두했다. 제작진이 미안해 하면서 조심스럽게 요구할 때마다 군말없이, 아니 밝은 표정으로 모두 수용했다.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물론 김지현이 배우로 데뷔할 기회는 많았다. 작년에도 그는 모 영화로부터 강력한 출연 제의를 받았다. 결국 전국에서 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이 작품을 그는 거절했다. 자기가 원했던 캐릭터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는 김지현이 배우로 변신하고픈 욕심만 앞세웠다면 굳이 벗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했음을 웅변한다.
이렇게 계속됐던 기회 속에서 김지현이 결국 데뷔작으로 고른 작품이 <썸머타임>이다.
이런 과정을 보지 않은 채 김지현을 ‘인기를 얻기 위해 옷벗은 여자’로 흘겨보는 것은 편견이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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