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칸국제영화제가 오는 9일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막을 올린다.

12일 동안 펼쳐질 이번 영화제에서는 예년에 비해 아시아와 미국 영화의 약진이두드러지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경쟁 부문에 오른 23편 가운데 아시아 영화가 5편(일본 3, 대만 2), 미국 영화가 5편에 이른다.

특히 지난 98년 칸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한 대만의 차이밍량과 93년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후샤오시엔 감독이 각각 <그곳은 지금 몇시?>와 <밀레니엄 맘보>를, 그리고 두 차례나 황금종려상을 탔던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붉은 다리 아래 강물>를 들고 올해도 어김없이 칸을 찾았다.

또 미국 감독으로는 지난 90년「와일드 앳 하트」로 황금종려상을 탄 데이비치감독이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91년 <바톤 핑크>로 역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코엔 형제도 <그는 그곳에 없었다>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거장 감독들의 작품도 눈에 띈다.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인 장 뤽 고다르의 <사랑의 찬가>와 이란 마흐말바프 모흐젠 감독의 <칸다하르>가 그 것.

이밖에 미국 드림웍스가 만든「슈렉」이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에진입했고, 보스니아 영화(<노 맨스 랜드>)도 첫 선을 보인다.

개막작은 호주 바즈 러먼 감독의 뮤지컬 영화인 <물랭루즈>.

1890년대 파리 몽마르트의 카바레인 `물랭루즈’를 무대로, 뮤지컬 배우와 귀족시인의 사랑을 그렸다. 최근 톰 크루즈와 결별을 선언한 니콜 키드먼이 이완 맥그리거와 호흡을 맞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은 <지옥의 묵시록>의 디렉터스컷(최종 감독판, 상영시간 3시간 23분).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시사회를 갖는이 영화는 지난 1979년 미국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긴 작품이다.

또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아발론>과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등 9편이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에는 한국영화가 본선 진출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신동일 감독의 단편「신선가족」이 단편 경쟁 부문에, 김영남 감독의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술에 걸려있으니까>가 지난 98년부터 도입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돼 체면치레를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