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는 매우 간소하고 간단하고 간결하다. 내 능력만큼 영화를 찍는다. 사람들은 변화를 좋아하고 그것은 일종의 압력이다. 감독이 뜻을 꺾지않고 작업을 계속하는 것만도 중요한 일이다."
기획프로그램인 ‘디지털 3인3색’에 <신과의 대화>를 갖고 전주를 찾은 대만의 차이밍량(44)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영화제에 강하고, 극장에서 약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데뷔작 <청소년 나타> (1992년 지오바니영화제 그랑프리), <애정만세>(1994년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 <하류>(1996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구멍>(1997년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등 그가 만든 4편의 장편 모두 3대 영화제에서 호응을 얻었다.
타이페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독과 소외를 절제된 대사와 소음으로 표현해온 그의 영화는 "다소 지루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감독 자신도 "그중에는 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고 농담을 하는 것을 보면 이런 지적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그러나 단절된 삶을 응시하는 그의 영화는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 는 굴레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다.
그의 디지털영화 <신과의 대화>에는 ‘신’이 없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애정만세>가 제목과는 상반된 비루한 삶을 그렸듯이 "나는 신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오토바이를 탔다"는 자막으로 시작하지만 정작 접신(接神)은 없다. 대신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인들, 죽은 물고기, 터널, 흐린 하늘이 펼쳐진다. "나이가 들면서 생명에 대해 많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올해 칸영화제 장편경쟁작에 올라있는’거기는 몇 시인가’를 촬영하고 있는 사이 3인3색 프로젝트가 들어와 죽음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죽음 후 삭발을 하고 지낸다는 그가 만든 ‘죽음’에 관한 영화는 마치 죽음에 대한 긴 산문시 같다. 죽음은 그저 무단횡단하는 복잡한 도로 밑에 자리잡은,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지하도와 같은 것. 삶의 어느 한 자락에 연결된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다 보니 공원에 오는 노인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어느 기관에서 나왔느냐"고 따지는 이들도 있었다. "디지털은 조명같은 부수적인 일에 신경이 덜 쓰이고, 피사체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흥미로운 매체"라는 차이밍량 감독. 매체는 달라졌지만, 삶을 낮은 시선으로 응시하는 특성은 여전하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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