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33)은 ‘외출’이 적은 배우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배우의 소임을 다하고, 작품으로 팬들과 만날 뿐 그 외의 것에 대해선 도통 관심이 없다. 그래서 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극히 적다. 그러나 최근에 인터뷰를 자청하는 등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두고 "다음 달 개봉할 영화 <인디안 썸머>(싸이더스, 노효정 감독) 홍보를 위해서 아니냐"고 폄하할 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작년 여름 <킬리만자로> 개봉 때는 꿈쩍도 하지 않았던 박신양이 유독 <인디안 썸머> 홍보를 위해서 움직일 이유는 없다. 그러면 진짜 이유는 뭘까.
▲관객 곁으로 보다 가까이 박신양은 "그동안 답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떤 영화와 출연 약속을 했다가 번복했다며 일부에서 나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비난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모 가수는 노래말에서 나를 노골적으로 놀리고 욕했다."
이런 상황들이 겹치며 박신양은 "분노를 느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만의 성(城) 안에서 지내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들어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방식만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 반경을 조심스럽게 넓히고 있다. 또 영화를 만들어 놓은 뒤 관객들에게 ‘이런 영화다’고 성실하게 설명하는 작업도 배우가 해야 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관객 곁에 보다 가까이 가겠다는 자세로 바뀐 것이다.
▲멜로영화의 아이콘 박신양은 멜로영화의 ‘아이콘’이다. 스스로는 멜로영화의 틀 안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지만 그의 성공이 <편지> <약속> 등에서 워낙 눈부셨던 때문에 그를 멜로영화와 연결지어 연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온갖 흥행 기록이 속속 깨지고 있는 요즘에도 역대 한국 멜로영화 최대 흥행작은 박신양의 <편지>(서울 724,747 명)다. 그가 근사한 조직 보스의 모습을 선보였던 <약속>(661,174 명)도 <접속> <은행나무 침대>에 이어 4위의 기록이다.
그래서 그의 새 영화 <인디안 썸머>(싸이더스, 노효정 감독)에 대한 기대는 높다. 여기서 박신양은 변호사로 출연해 사형수 역의 이미연과 간절한 사랑을 엮어나간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한 편 때론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특유의 매력이 <인디안 썸머>에선 리듬감까지 보태진 모습이었다.
박신양은 <인디안 썸머>의 변호사 역을 위해 법과 변호사 공부를 반년 가량 했다. "변호사들이 내 연기를 보고 최소한 ‘뭐 저런 변호사가 있어?’라며 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반년을 투자하는 열정은 흔치 않다.
▲평소의 그와 <인디안 썸머> 박신양은 일에 관해서 철두철미한 반면 요령 부족이다. 일과 자기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그는 수용을 못한다. 노련한 연예인이라면 ‘좋은게 좋은거지’라며 대충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을 그는 짚고 넘어간다. 이런 그를 두고 "연예인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는 "둥글게 사는 것도 좋지만 내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인디안 썸머>에서도 이런 그의 모습은 드러난다. 극 중에서 박신양은 준법을 생명처럼 여겨야 될 변호사이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해 서슴지 않고 범법한다. 자기 미래를 포기하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박신양의 평소 모습이 저럴 것’이라며 <인디안 썸머>를 보면 더 재미있다.
/ 멜로영화의 아이콘인 박신양이 <인디안 썸머>에서 오랜 만에 매력적인 멜로연기를 재연했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송영신 기자 yssong@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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