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의 악어 던디(Crocodile Dundee in Los Angeles)
호주의 ‘악어 던디’(86)와 뉴욕의 ‘악어 던디’(88)에 이어 LA에 온 ‘악어 던디’는 만나 보니 힘이 많이 빠졌더라. 세월 탓이겠지. 사람만 힘이 빠진 게(본인은 현명해졌다고 변명하겠지만) 아니라 영화 전체가 너무 말캉하고 유순해 비겁할 정도로 우유부단해 보인다.
호주 촌동네 악어사냥꾼으로 대뜸 스타가 된 폴 호간은 ‘뉴욕 던디’ 이후 ‘준천사’와 ‘라이트닝 잭’ 같은 흥행 실패작에 나오더니 요즘은 수바루 광고모델로 전락했는데 이번 영화로 재기를 시도했으나 철저한 코흘리개 영화에 불과하다.
호주의 인구 20명짜리 촌동네 관광안내원이자 악어사냥꾼인 닉은 미국인 아내 수(린다 카즐로우스키-폴 호간이 ‘악어 던디’ 시리즈 1편의 공연배우 린다를 사랑하게 돼 조강지처를 버린 뒤 부인으로 삼았다)와 9세짜리 아들 마이키(서지 칵번)와 함께 지루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수는 신문사 사장인 아버지로부터 의문의 죽음을 당한 LA 지사장 자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온 가족이 LA로 간다.
악어가 있는 정글에서 인간상어들이 득시글대는 LA로 온 닉은 물 떠난 물고기. 자연인으로 아이처럼 천진난만해(뉴욕서 살던 친구가 그렇게 도시생활을 모른다는 게 넌센스지만) 모든 것이 신기하기 만한 닉은 ‘이상한 나라의 닉’이다. 수는 전임자가 취재하던 3류 액션영화 ‘살인 에이전트’의 제작사 사장 아난(지어 번즈)의 뒷 얘기를 파고드는데 아내 일을 돕던 닉은 아난이 영화제작을 빙자해 유고서 값진 그림들을 밀수해 들여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굉장히 이야기가 약해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데 이런 빈약한 얘기를 메우느라 LA 관광을 시켜주고 프리웨이 스컹크 소동 및 닉이 취직한 엑스트라의 해프닝과 ‘타잔’ 닉의 동물과의 의사소통 실력 같은 에피소드들로 얼버무리고 있다. 등급이 PG인 이 영화는 꼬마들을 위해 만든 것 같은데 아들까지 낳은 닉과 수를 미혼으로 만든 일은 잘한 일이 못된다. 이 무기력한 코미디 액션 모험영화에는 마이크 타이슨이 캐메오로 나와 자기 풍자를 하고 있다. 감독 사이몬 윈서. Paramount 자체 홍보영화로 전지역 상영.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