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물>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면, 영화 음악가 조성우씨의 ‘꼬임’에 넘어간 것인지도 모른다. 코미디를 하는 남편을 보면서 죽어가는 아내를 보는 안타까움, 그것을 눈물이라는 화학작용으로 치환한데는 "울리기로 작정한" 조성우(38)씨의 영화음악이 결정타였다. 그가 작곡하고 스웨덴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이 연주한 테마 음악 ‘Last Present’는 마음놓고 울만한 구실을 준다.
<선물>은 자작곡만을 고수해온 ‘시크릿 가든’이 조성우의 곡을 받아 화제가 됐을 뿐 아니라, 11월 그들이 전세계에서 음반을 발매한 후에는 작곡자로서 로열티도 받게 된다. 어찌 보면 영화음악 작업은 ‘한계’가 뚜렷하다. 영화 화면 완성후 작업 시간은 길어야 2, 3주. 그러나 고민은 최소한 4, 5개월. 태생적으로 ‘영상’의 제약을 받는다.
"대학시절(연세대 철학과) 서강대 킨젝스에서 기타를 쳤다. 철학을 하면서도 음악을 계속하고 싶었고, 영화음악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세대 철학과 박사과정 중인 1992년 대학 후배 허진호 감독의 단편 ‘고철을 위하여’를 시작으로 그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됐다.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는 잔잔한 일상성이 전달한 깊은 울림을 영화 음악으로도 충분히 전달했다. 이 영화로 그는 대종상 후보에도 올랐다.
<정사> <약속> <플란더스의 개> <킬리만자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 그가 만든 창작 연주곡(오리지널 스코어)는 영상과 음악이 아주 적정한 선에서 조화한 작품들이다. "밑도 끝도 없는 팝송을 쓰는 풍토는 참을 수가 없다"는 조성우씨.
그러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쓰인 비지스의 ‘할리데이’는 어떻게 설명할까.
"감독이 처음부터 지강헌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라 자연스럽다."
영상과 음악의 조화로운 해후를 모색하는 것. 철학의 영향이 크다. 그가 최고로 꼽는 영화음악은 ‘블레이드 러너’의 사운드트랙이다. 그는 얼마전 모교 철학과 강사를 그만두고 전업 영화 작곡가가 됐다. "사카모토류이치나 반젤리스처럼 영화음악과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싶다. 하반기 독집 연주 음반도 나온다."
<여고괴담>에서 합창곡, <인정사정..>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 등 영화 음악으로 여러 시도를 해보았으나 아무래도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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