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홀 상간에 7타를 까먹고도 공동 11위면 잘한 것 아녀? 정말 대단한 선수여∼"
올 LPGA시즌의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 후반 단독선두까지 치솟아올랐다가 순위가 공동 11위로 곤두박질한 박세리. 자신을 격려하려는 한 취재기자의 농담에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기가 막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박세리는 24일 대회 3라운드의 14번홀에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커리어 3번째 타이틀 겸 통산 10번째 우승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그 다음 15번홀서 티샷이 왼쪽 러프로 떨어지며 날개없는 추락을 하기 시작했다. 레이업을 한다고 친 공이 다시 러프에 떨어졌고, 벙커 뒤에 깃발을 향해 친 3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갔다. 아예 한타를 까먹더라도 안전한 쪽으로 쳤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뼈아픈 더블보기를 저지른 박세리는 이후 스리펏을 하고 공이 물에 빠지는 등 최악의 난조를 보이며 3라운드를 3연속 보기로 끝냈다. 눈깜짝할 새 천당에서 지옥으로…
박세리는 그 다음 날 첫 홀에서도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며 더블 보기를 범했다. 5개홀만에 더블보기 2개에 보기 3개로 무려 7오버파를 친 것 이었다.
박세리의 코치인 탐 크리비(29)는 머리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코치로서 경기도중에는 아무말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듯 했다. 크리비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절대 박세리보다 잘 치고 있는게 아니다. 현재 샷도 퍼팅도 박세리가 낫다. 다만 잠깐 경기운영에 문제가 생긴사이 소렌스탐이 달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소렌스탐은 이번대회서 공동 2위를 한 레이첼 테스키처럼 66타를 친 라운드도 없고, 아키코 후쿠시마처럼 68타를 친 적도 없다. 첫 날 미지근한 이븐파 72타를 친 뒤 70타, 70타, 69타를 꾸준히 치며 ‘죽음의 러프’에서 그저 남보다 오래동안 살아남은 것이었다. 다티 페퍼가 2위그룹에 이름을 올린 것도 하루 딱 1언더파를 4일간 연속 친 결과였다.
크리비는 이에대해 "골프는 당구와 같다. 항상 다음샷을 셋업하는 ‘스마트 골프’를 쳐야 하는데 박세리가 플레잉 컨디션이 비슷할 US오픈에서 소렌스탐을 누르려면 이번 대회서 많은 것을 배웠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대회서 아쉬운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다는 박세리는 "집에 가서 칼을 단단히 갈고와 (다음대회가 열리는) LA에서 죽여줘야죠, 뭐∼"하며 돌아서 투벅투벅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혼자 방에 들어가면 승부욕에 못이겨 눈물을 뚝뚝 흘릴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히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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