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셋 모음의 간단명료하고 흥미진진한 짧은 소설 ‘비’는 섹스와 종교에 관한 글이다. 이 글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중 하나인 섹스를 통해 광신적인 성직자의 위선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이 소설만큼 방탕한 마음을 깊고 진지하게 해부한 것도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의 내용이 이런데다가 그 주인공이 창녀여서 내로라 하는 수많은 여배우들이 창녀 새디 탐슨역을 맡으려 했는데 이 글은 무려 4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자기 시대 수퍼스타들이었던 글로리아 스완슨과 조운 크로포드 그리고 리타 헤이워드 등이 새디역을 맡았던 사람들. 이들은 모두 섹시하고 요염한데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배우들이었다.
‘비’는 먼저 브로드웨이서 빅히트 한 뒤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첫 번째가 무성영화시대 탑 스타였던 글로리아 스완슨이 주연한 ‘미스 새디 탐슨’(Sadie Thomson·28·사진)이다.
당시 할리웃 자체 검열기관인 헤이즈 오피스는 ‘비’를 도덕적 문제 때문에 영화화 불가 딱지를 붙였었다. 헤이즈 오피스와 스튜디오 자체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영화화된 것은 전적으로 스완슨의 집념 때문이었다. 그는 영화 제목에서 ‘비’를 빼고 또 음탕한 목사 알프레드 데이빗슨을 비정상적인 광신자 미스터 알프레드로 바꾸면서 영화화에 성공했다. 자신이 주연은 물론 제작까지 했다.
샌프란시스코 창녀 출신인 새디 탐슨이 승선한 여객선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배가 남태평양의 한 섬에 정박한다. 미모와 요염한 자태의 새디가 엉덩이를 돌려가며 걸으면서 이 섬에 주둔한 미해병들의 가슴을 사로잡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새디에게 마음을 크게 빼앗긴 사람은 사전트 팀(이 영화의 감독 라울 월쉬가 역을 맡았다).
이 섬에는 광신적인 목사 알프레드(라이오넬 배리모어의 연기가 일품이다)가 아내와 함께 머물고 있다. 그는 섬의 야자나무도 개종시키려 드는 집요한 인간으로 상스럽게 구는 새디를 회개시킬 마음을 먹는다. 알프레드는 도사견의 끈질긴 자세로 새디에게 회개할 것을 종용, 새디는 처음에는 이에 반발하나 점차 자기 과거를 뉘우치고 신앙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쏟아지는 빗소리가 인간 욕망의 리듬을 상징하는 가운데 알프레드의 방에서는 목자와 어린양간의 회개의 밀회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동물적 욕망에 사로잡힌 알프레드는 새디를 겁탈하고 이튿날 자살한다. 새디는 종교를 비웃는 냉소주의자가 되고. 스완슨(‘선셋 대로’)의 불같은 연기가 화면을 태우는데 그는 이 연기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비와 습기는 에로티시즘의 지분거리는 핌프. 할리웃 최고의 선정적인 글래머스타 중 하나였던 리타 헤이워드가 새디로 나온 신판 ‘미스 새디 탐슨’(53)의 한국어 제목은 ‘비 내리는 밤의 욕정’이었다.
비와 습기와 색정이 총천연색 화면 위에서 광란하는 에로틱한 영화로 헤이워드의 선정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작품이다. 헤이워드는 터질 듯한 젖가슴과 엉덩이가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몸에 꼭 끼는 옷을 입고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온 몸을 비비 틀어대며 춤을 추는데 나는 중학생 때 이 영화를 보면서 얼굴이 화끈하니 달아올랐던 기억이 난다. 더구나 그는 여기서 ‘열기는 달아오르고’와 ‘사악한 것은 듣지도 보지도 마세요’라는 노래까지 부르며 춤을 추어 선정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 두 영화에 비하면 조운 크로포드가 나왔던 ‘비’는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다. 크로포드가 스완슨을 너무 인식하는 듯 과장된 연기를 하는데 반면 알프레드역의 월터 휴스턴의 연기가 뛰어나다.
‘새디 탐슨’이 키노(Kino)에 의해 DVD로 나왔다. 원본에서 분실된 마지막 부분은 촬영 각본에 따라 스틸과 ‘비’의 일부 장면을 삽입해 복원했다.
이 영화와 함께 릴리언 기시와 리처드 바텔메스가 주연한 아름답고 비극 적인 걸작 로맨스 무성영화 ‘꺾어진 꽃’(Broken Blossoms·19)과 재즈시대 섹시하고 귀엽던 스타 클라라 보우가 주연한 플래퍼 코미디 ‘이트’(It·27)도 함께 DVD로 나왔다. 가격 개당 30달러. 1-800-562-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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