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주먹이 가깝다지만 주먹보다도 더 센 게 있다면? 돈이다. 적어도 창설자 겸 회장과 그 아들 등 IBF 거물들을 줄줄이 엮어넣은 부패스캔들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랭킹을 사고파는 것은 예사고 실력이 있어도 ‘곪은 먹이사슬’에 끼어들지 못하면 타이틀 도전자격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숱하다. 심지어 40대말에 링에 복귀해 KO펀치를 휘두른 조지 포먼의 ‘재림 신화’마저도 일부나마 돈으로 구워삶은 쇼였다는 데 이르면 할 말조차 궁해진다.
그나마 최근 들통난 WBO 스캔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죽은 복서가 버젓이 탑10 랭킹을 드나들었으니….
주인공은 대린 모리스. 에이즈 비슷한 병세로 고생하다 지난해 10월 서른두살의 나이로 숨진 수퍼미들급 복서다. 그가 마지막으로 링에 오른 건 그보다 훨씬 이전인 99년 7월. 84차례 싸움에서 14승밖에 거두지 못한 3류 파이터 데이브 매클러스키를 물리친 게 끝이었다. 모리스(28승1무2패 18KO)의 최고랭킹은 5위.
더욱 웃지 못할 일은 그가 죽은 뒤 벌어진다. 매클러스키전 9개월 뒤, 즉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10위에 랭크되고 지난해 7월에는 11위로 밀려났다가 8월에 다시 9위로 올라가더니 정작 눈을 감은 10월에는 7위까지 ‘승진’된다. 무려 15개월동안 단 1차례도 싸우지 않은 복서가, 더욱이 병으로 죽어가는 복서가 몇차례 랭킹 등락을 거듭하며 사후 4개월이 넘도록 탑10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폭로와 비판이 잇따르자 WBO 거물들이 내뱉은 해명 또한 기가 찰 노릇이다. 날개없이 추락하는 프로복싱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99년에 디트로이트에서 보니까 대린 그 친구 괜찮은 복서던데 뭘."(프랜시스코 밸카셀 회장)
"그가 죽었다고요? 아이구 저런. 근데 왜 아무도 그걸 몰랐지?"(고든 보크먼 제4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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