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의 여자들이 통쾌한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 MBC ‘아줌마’의 삼숙(원미경)은 대학교수 남편 밑에서 기죽어 지내다 외도한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자 상상할 수 없는 통쾌한 독설을 퍼붓고 있다. 수년간 지내온 애인에게서 버림받은 SBS ‘여자만세’의 다영(채시라)은 당당한 독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 여자 들어온다니까 다들 뭉쳐서 어깨춤 추고 다녔구나, 당신네 집안 이제 막 무시해도 되겠어. (5일 방송분)" 이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삼숙의 독설에 시청자들은 ‘어, 어, 저 여자가.’하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도 배설감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반응도 비슷하다. ‘누가 우리 오삼숙 여사를 화나게 했는가 멋지게 일어서길 바란다.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아줌마 파이팅! 바람을 피고도 뻔뻔한 인간말종 남편! 파멸시켜 주시겠죠?’
순하고 어리숙하고, 남자에게 한없이 자신의 미래를 기대다 그에게 가차없이 버림받아 ‘순정’의 무상함을 깨닫게 했던 다영(채시라)도 달라졌다. 미혼여성이라는 이유로 은행 대출을 거부당하고 "아니, 결혼 안한 여자는 인간도 아니냐구요!"라고 외치며 집을 나와 독립을 선언한다.
그런 다영을 보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어쩌면 저렇게 나와 똑같을까’라는 절절한 공감을 표시했던 수많은 젊은 여성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당당해져 가는 다영의 모습을 보면 힘이 막 납니다"
아름답고 유능하며 연약하기까지 하여 수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여자야말로 드라마의 전형적 미혼여성이다. 이런 통념을 깬 인물로 약삭빠르고 위선적인 주변 인물들에게 상처받던 다영은 처음부터 많은 원군을 갖고 있었다.
반면 삼숙은 처음에는 시청자들로부터 ‘요즘 저런 아줌마가 어디 있느냐 ‘는 반발을 받았다. 주책맞고, 뻔뻔하고 궁상스러우면서도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던 ‘구세대 아줌마의 전형’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보기 싫은 자화상에 대한 반발이 섞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궁지에 몰린 막다른 길에서 ‘아줌마’특유의 생명력과 오기를 발휘하기 시작해 뜨거운 환호를 받게 됐다. 가다가도 흔히 마주치는 우리 이웃 같은 평범한 인물들, 이들은 어설픈 대리만족이 아닌 일체감을 느끼게 한다. 이들의 작은 반란을 지켜보기 위해 시청자들은 어쩔 수 없이 TV 앞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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