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이후에만 시간이 나는 여자. 그 전에는 아이들 때문에 `세상 없어도’ 약속을 잡을 수 없다고 하는 여자.
탤런트 전인화(35). 지난해 2월 막을 내린 SBS TV <흐린 날에 쓴 편지>를 끝으로 `연기 휴업’ 중인 그녀는 그동안 철저히 `아줌마’가 돼 살고 있었다. CF 외에는 좀처럼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채 `가족’이라는 화원을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버린 것. 행복한 주부 전인화를 만나보았다.
▲밥을 하는 여자
“단 한번도 아이들과 남편의 밥을 다른 사람 손에 맡겨본 적이 없어요.”
전인화는 하루가 너무 짧다. 서현(10), 지상(8) 두 남매를 보살피고, 남편 유동근을 내조하며 시어머니를 모시는 반복적 일상이지만 하루 24시간이 언제나 부족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식구들에게 하루 세끼 손수 밥상을 차려주려다 보니 무슨 일을 해도 항상 바쁠 수밖에.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있지만 `지킬 것은 지킨다’는 생각이다.
특히 두 아이에게는 100점짜리 엄마가 되고 싶다. “부모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은 혹여 잘못된 길에 빠져도 금세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여유를 찾는 것은 오후 2시께 하교하는 아이에게 간식을 차려준 이후. 그나마도 저녁 식사 시간까지 집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널널하지는 않다. “큰애가 유난히 엄마 손을 타요. 그래서 약속을 했죠.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엄마가 항상 옆에 있어주겠다고요. 그랬더니 틈만 나면 그 약속을 상기시키는 거에요. 그렇게 엄마를 원하는 아이들을 놔두고 어떻게 바깥 일을 보겠어요?”
어디 아이들 뿐이랴. 맛과 멋을 중시하는 남편 시중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덕분에 한 달에 두 번씩 재래시장을 찾고 이틀에 한 번꼴로 동네 슈퍼에 가는 일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여전한 아름다움
4년째 아이오페 화장품의 전속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35살이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만큼 탄력있는 피부와 조각 같은 아름다움 덕분. “모두들 비결을 물으시는데, 믿지 않으시겠지만 마사지 한번 안 받아봤어요.” 그의 비결 아닌 비결은 물세안을 열심히 하고 평소에는 화장을 전혀 하지 않는 것. (실제로 그는 인터뷰 때도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었다)
젊음의 비결은 매순간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라고. 지금은 가족을 위해 엄마, 아내로서 사는 것이 좋다. “여지껏 살면서 후회되는 점이 별로 없다는 게 저 스스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순리대로 살면 마음이 편해요.”
부부간에도 한 발짝 물러나 주며 살자는 것이 그의 신조.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자존심 싸움을 해서 득 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연기자 전인화
“남편이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제가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그 대리만족에 제가 쉬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네요.”
연기를 안 한지도 어느덧 1년 8개월. 이쯤 되면 `직무유기’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는 할일이 너무 많아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예상했던 대로 출연 섭외는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욕심이 왜 안생기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가정을 우선순위에 놓고 싶어요.”
때문에 연기활동과 관련, 여전히 뚜렷한 계획은 없다. “때가 되면 하겠죠”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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