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오곡백화가 무르익는 가을의 문턱 9월에 와 있다. 이 때가 되면 으레 사람들의 마음은 풍요로워지게 마련이다. 풍성한 곡식과 알알이 달리는 열매를 연상하게 되는 이 계절엔 누구나 쉼과 여유를 가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또 그 것을 바탕으로 알차게 시간을 채울 뿌듯한 욕심을 가져본다. 9월 하면 우선 열매를 맺기 위해 땀흘리며 달려왔던 바쁜 생활들을 마감하고 잠시 쉬는 계절, 추운 겨울을 앞두고 맞는 쓸쓸함도 있지만 다시금 새로운 반년을 시작한다는 뜻도 있어 상당한 의미를 내포한다.
등화가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로 상징되는 가을, 우선적으로 우리는 마음과 가슴을 푸근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해주는 책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서점에 가면 우리들을 살찌우게 하는 책들이 여기저기서 반기고 있어 마음이 풍요롭다. 그 중 하나만 뽑아들어도 푸근함을 느낀다. 젊은 시절 방황과 갈등을 독서로 극복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노년기도 이러한 책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하나를 반문하게 된다. 집안경제와 사업체를 일굴 수 있는 이야기들, 삶에 보탬이 되고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과 지혜 등을 터득할 수 있게 하는 책들.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주며 앞으로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성공담 등.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금융투자 부문의 베스트셀러 1위인 로버트 기요사키, 샤론 레흐트 공동저서의 부자들이 들려주는 돈과 투자비밀이 담긴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미국내 베스트셀러 1위로 우리들의 삶에 보탬을 준 작가 앤드류 우드, 리처드 브로디에 이어 나폴레온 힐의 속편 ‘나에겐 지금 못할 것이 없다’. 오늘부터 실천하는 성공지침 101가지가 담겨있는 베리파버의 ‘지금 당장 실천하라’. 고달픈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꼭 알아야 한다는 리처드 칼슨의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소설가 한수산씨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라는 제하의 수필모음집이다.
이 책은 제목이 주는 의미와 같이 가을의 문턱에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다. ‘당신의 삶의 쉼표 하나를 찍어드립니다’ 라는 표지의 문구처럼 이 책은 분주함에서 벗어나 잠시 쉴 수 있게 하는, 그러면서도 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사색적이고도 철학적인 요소가 듬뿍 들어있는 책이다. 그저 순수하게 이해 타산 없이 사는 세상 속에 흠뻑 빠져 아주 편안하게 사고하며 마음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은은하게 가슴 가득 안겨오는 진한 감동을 느끼면서 진정한 자신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면 “그는 때때로 생각하기를 지금의 나, 오늘의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묻곤 했다. 나는 왜 여기에 와 있나, 내가 정말로 원했던 것이 이 것이었나.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나는 그토록 많은 것을 옆으로 밀어놓고 그도 아니면 훗날 어디선가 만날 것을 약속하며 여기 이 자리까지 뛰어왔던 것이 아닌가, 아니었습니다.
그 때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잊혀진 나를 그리워했습니다. 어쩌면 나를 찾아간다고 믿었던 그 긴 여정을 끊임없이 나로부터 떠나는 나그네 길 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더 미룰 것도 없습니다, 더 기다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나를 찾아가기로 미루었던 것을 찾아가는 출발이어야 하겠습니다.
들국화가 아름다운 것은 거친 들판, 억센 풀들 사이에 피어나기 때문이고 그 소박함이나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알기에는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그리고 장미는 향기가 화려할수록, 수수하고 덤덤할수록 깊고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이는 멀리 오래 장미를 길러보면 압니다.” 이 가을 잠시 쉬며 생의 풍성함을 맛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한번 음미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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