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맨하탄에서 한국 음식점을 취재하면서 여러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한국 음식점은 몇몇 업소를 제외하고는 미국인 겨냥과 한국인 겨냥이라는 구분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32가의 한인타운에 외국인이 간혹 눈에 뜨이기는 하지만 역시 주고객은 한국인이다.
반면 미국인을 겨냥한 한국 음식점에는 한인이 적게 간다. 거기에는 따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인을 겨냥한 한국 음식점은 우리 한인들이 먹는 음식들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공짜로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이 소위 ‘전채(appetizer)’로 변해 한 그릇씩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음식을 절약하고 반찬의 음식적 가치를 높여 하나의 상품으로 승화시킨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한인들에게는 어쩐지 어색한 부분이다.
음식도 서양식과 혼합한 ‘퓨전’ 음식이 많기 때문에 한국 전통 요리와는 거리가 있다.
또 웨이터나 웨이트리스가 영어권이 많기 때문에 한인들은 주문하기가 불편하다. 이는 마치 외국인이 영어가 서툰 한국 음식점의 웨이트리스를 대하는 기분일 것이다.
한인들이 미국인 겨냥 한국 음식점에서 겪는 불편한 점 중 결정적인 것이 있다. 이 음식점들은 한국 음식점들처럼 서비스가 빠르지 않다.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라면 전체와 본 식사가 다소 천천히 나오는 음식점에 오래 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 웨이터들도 한인의 “빨리 좀 갖다줘요”를 반기지는 않을 것.
그래서일까. 본 기자가 취재한 음식점 중에는 한인 언론에 노출되고 싶지 않은 업소가 꽤 있었다. 한 업주는 한국인 손님들로 인해 고충을 겪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 업주는 “한인 남성 손님 두 명이 와서 메뉴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더니 급기야는 소리를 질러 다른 미국 손님들 보기에 민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는 “한인들이 몰려오면 미국사람이 오지 않는다. 우리는 한인 사회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잘라서 말하기도 했다.
미국인 겨냥과 한국인 겨냥이 마치 ‘미국인 따로’, ‘한국인 따로’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음식점은 인종과 상관없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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