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질병은 부족함이 아니라 넘침에서 온다
한의학에서는 건강을 ‘보(補)’와 ‘사(瀉)’의 균형으로 본다. 좋은 기운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고 남은 것을 제대로 비워내지 못하면 그 어떤 보약도 오히려 부담이 된다. 특히 현대인의 질환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보다, 과도하게 쌓이고 정체된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과식, 잦은 간식, 과도한 영양 섭취는 몸 안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쌓이며 결국 염증과 대사 질환으로 이어진다.
내 몸의 쓰레기차, 삼통(三通)이 원활해야 산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배설 시스템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대변, 소변, 그리고 땀이라는 세 가지 통로가 막힘없이 흐르는 상태를 ‘삼통(三通)’이라 표현한다. 이 세 가지가 원활하다는 것은 몸 안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몸속에 독소가 쌓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임상에서 보면 변비가 있는 환자일수록 피부 트러블, 두통, 피로감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장에 머물러 있던 노폐물이 다시 흡수되며 전신 순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소변 배출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종, 체중 증가, 무기력감으로 이어지고, 땀 배출이 부족한 경우에는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피부의 재생력도 떨어진다. 결국 비움은 단순한 배설이 아니라, 몸 전체의 순환과 대사를 유지하는 핵심 기능이다.
독소가 쌓이면 습담과 어혈이 된다
몸 안에 배출되지 못한 찌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병적인 물질로 변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습담(濕痰)과 어혈(瘀血)이라 설명한다. 습담은 끈적하게 쌓여 흐름을 방해하는 노폐물이고, 어혈은 탁해져 정체된 혈액이다. 현대 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지방 대사 이상, 만성 염증, 혈류 장애와도 연결된다.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 심지어 만성 통증까지도 이러한 ‘정체’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치료를 하다 보면,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몸이 무겁고 피로한 사람은 대부분 이런 정체가 동반되어 있다.
따라서 건강 관리의 핵심은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에서 끝나지 않고, 몸이 얼마나 원활하게 배출하고 순환하느냐까지 도달하는데 있다. 잘 비워지는 몸은 스스로 회복하지만, 막힌 몸은 아무리 좋은 치료도 반응이 더디기 때문이다.
비움을 위한 선택, 식이섬유와 음식의 조화
비움을 돕는 식단은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덜어내고 단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통곡물은 장의 연동운동을 돕고 배변을 원활하게 만드는 훌륭한 청소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식이섬유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오히려 이 청소부들이 장을 막아 오히려 복부 팽만, 가스, 변비 악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의 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과한 섬유질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음식의 궁합이다. 예를 들어 섬유질이 많은 채소와 과일을 동시에 섭취하면 소화 속도의 차이로 장내 발효가 증가하고 가스가 차기 쉽다. 과일은 비교적 빠르게 소화되는 반면, 섬유질은 장에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는 것이 생명의 이치다
자연은 비움과 채움의 반복 속에서 유지된다. 나무가 가을에 잎을 떨어뜨리는 것은 끝이 아니라 다음 생명을 위한 준비이다. 우리 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건강을 원한다면 무엇을 더 먹을지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이 쌓여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공복의 시간을 통해 위장과 장이 스스로를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양생법이다. 최근에는 이를 ‘대사적 휴식’ 또는 ‘간헐적 단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시원한 배변, 맑은 소변,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는 땀은 몸이 건강하게 순환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이다. 잘 먹는 것만큼 잘 비우는 것에 집중할 때, 몸은 비로소 가벼워지고 회복력을 되찾는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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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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