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찌 그리 성급하게 우리 곁을 떠나시나요? 술 한 잔 대접하지 못한 아쉬움을 갖게 하십니까?
정용석 선생님이 떠났다. 53세의 한창 나이다. 나는 81세의 어엿한 제자로 넋두리라도 하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어 본다.
지난 일요일에는 선생님의 추도식이 있었다. 공연을 한다고 공연복을 입고 오라는 연락이 왔다. 장구를 치든 소고춤을 추든 단 상모는 쓰지 말라며…. 풍물은 신나게, 웃음 가득, 흥을 마음껏 부려야 하는 것인데, 선생님 추도식에서?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공연복을 입는 자체가 내게는 맞지 않는다. 상복을 입고 갔다. 제자들 중 나만 상복 차림이다.
풍물패 한판의 가족들이 모두 왔고, 졸업한 학생과 학부모들도 왔다. 추도식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울고, 눈시울이 모두 빨갛다. 길놀이부터 마당에서 시작되었다. 몇 장단 후 눈물이 핑 돈다. 모두 웃음기가 없고, 특히나 성인반 제자들은 얼굴이 굳은 것은 물론이고 울상이다. 천진난만한 한 아이만 싱글벙글이다.
식장 안에서의 헌정 공연 때 나는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제자들의 공연이 너무 완벽했다. 어라? 왜 흥이 나지? 손이 저절로 장단을 따라 갔다. 공연이 끝나자 “와~”하는 소리, 박수소리, 칭찬의 고함소리가 튀어 나왔다. 추모식에 무슨 공연이냐며 마땅치 않게 여겼던 조문객들이 정말 잘했다고 칭찬했다는 후문도 들려왔다. 정 선생님이 하늘에서 빙긋이 웃음을 머금고 대견하게 보고 들었으리라!
선생님이 나한테는 왜 공연을 안했냐고 핀잔을 준다면 풍물을 즐길 자신이 없다는 구차한 변명이 통할까 모르겠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인지 기억력이 떨어져 장단 수도 못 세고 가락도 못 따라간다고 하소연 했을 때 “그냥 풍물을 즐기세요”라고 위로했음을 기억하고 풍물을 연습하고 공연을 따라다니면서 즐기고 있다.
70대 후반에 풍물패 한판에 멤버로 들어가 80대 초반에 이른 지금까지 정 선생님 밑에서 풍물을 배우고 있었다. 풍물은 특히 선생으로서 갖춰야 하는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선생님은 어느 하나 실력이 뒤처지는 면이 없다. 꽹과리면 꽹과리, 장구면 장구, 징이면 징, 북이면 북, 최근엔 태평소까지 풍물의 모든 요소의 실력이 선생으로서 손색이 없다. 게다가 이론도 막힘이 없고, 풍물의 역사도 꿰뚫어 가르친다. 풍물놀이의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사설이나 노래가락도 잘도 하면서 가르친다. 금상첨화, 하고픈 풍물의 혼! 즉 ‘흥’이 빠지는 경우가 없이 가르친다. 영어로 말하면 ‘퍼팩트’하다. 거기다 더하면 열정! 매주 월요일이면 3-4시간을 할애하며 버지니아에서 볼티모어 쪽으로 와서 가르쳤는데 내 기억으로는 빠지는 날이 없었다.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졌기에 그렇게 정성을 쏟았는지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나는 선생님이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디 학교를 나왔고, 어디에서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 관심이 없었다고 하면 좀 지나치겠지만, 가르치는 선생으로서의 면에 만족했기에 언젠가 식사라도 하면서 술 한 잔 대접하고 싶은 마음은 간직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워낙 출중했기에 우리 풍물패 한판의 앞날이 걱정되었는데, 지난 월요일의 모임에서 어느 정도의 계획과 방향이 수립되었기에 선생님의 가르침이 결코 헛되지 않고 계승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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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엘크리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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