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흔히 ‘기록의 필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기억과 서사만으로 남는 기록은 공동체의 존재를 보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오늘날 도시 행정과 정책의 세계에서 기록이 실제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계’가 필요하다.
통계는 기록을 사료로 만들고, 주장을 근거로 바꾸는 언어다. 코리아타운의 미래 역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가와 함께 그 이야기가 얼마나 체계적인 숫자로 남아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도시 재개발, 용도 변경, 상업 지구 재편, 문화 지구 지정과 같은 결정은 감상이 아니라 데이터에 의해 내려진다. “한인들이 오래 살아왔다.”거나 “상징적인 지역이다.”라는 표현은 행정 문서의 용어가 아니다. “한인들이 많이 산다”, “예전보다 줄었다”, “임대료가 급등했다”는 말은 경험적 진술일 뿐, 정책 결정자에게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반면 인구 규모와 증감 추이, 상권 구성 현황, 임대료 변화, 소득 분포, 고령화 비율과 같은 통계는 공동체의 실체를 드러내는 객관적 자료가 되며 정책 결정자가 즉각 이해하는 기준이다.
코리아타운이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기록과 함께 숫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통계가 부재한 지역은 행정적으로 ‘특수한 공동체’가 아니라 ‘일반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 순간부터 코리아타운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조정과 개발의 대상으로 취급된다. 통계의 유무는 곧 공동체의 방어선이다.
그러나 코리아타운에 대한 통계는 단순히 인구 숫자를 세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코리아타운 통계는 단순한 인구 집계가 아니라, 공동체의 구조를 보여주는 종합 자료여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체계적으로 축적될 필요가 있다.
첫째, 인구 구조 통계다. 지역별 한인 인구 규모, 세대별 비율, 연령대 분포, 가구 형태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본 지표다. 특히 고령층 증가와 청년층 이탈 여부는 복지·교육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둘째, 정치 참여 통계다. 지역별 한인들의 유권자 수와 함께 실제의 투표율, 한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 문제와 이슈 그리고 정치 성향에 관한 통계자료 등이 매년 수집되어 그 경향까지도 볼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일부 한국 정치에 대한 여론조사도 포함된다. 이러한 통계자료들은 한인들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차세대 한인 정치인 배출의 근거가 된다.
셋째, 경제·상권 통계다. 한인 소유 사업체 수, 업종별 분포, 평균 영업 연수, 폐업률, 임대료 상승률은 코리아타운의 생존력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다. 이는 이민자 자영업의 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역사적 기록이 된다.
넷째, 주거 통계다. 주택 소유율과 임대 비율, 다가구 주택 거주 비중, 주거비 부담률은 코리아타운이 소비 공간에 머무는지, 생활 공동체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게 한다.
다섯째, 사회·문화 기반 통계다. 한인 교회, 종교 시설, 한글학교, 문화기관, 노인회·청년 단체 수는 공동체의 응집력과 자생력을 수치로 드러낸다.
이러한 통계는 과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통계는 미래를 협상하는 도구다. 연방·주·시 정부 보조금, 소수민족 보호 정책, 문화 지구 지정, 역사 보존 구역 설정 등은 모두 수치를 요구한다. 통계가 있을 때 공동체는 요청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다.
또한 통계는 내부 논의를 성숙하게 만든다. 세대 간 단절, 지역 분산, 코리아타운의 축소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점검될 수 있다. 숫자는 공동체를 냉정하게 생각하게 만들고,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 중요한 통계를 누가 책임지고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주체는 분명하다. 각 지역 한인회다.
한인회는 선출과 대표성을 갖춘 지역 공동체의 공적 조직이며, 특정 종교·정치·상업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독립된 위치에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인회는 코리아타운 통계의 수집·축적·보존의 중심 기관이 되어야 한다. 단발성 조사나 개인 연구가 아니라, 해마다 갱신되는 지역 통계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일은 이제 한인 공동체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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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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