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는 짐승인 아이들이 늘고 또 죽어가고 있습니다.”2011년 3월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해 열린 한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의 파장은 컸다. 한 달여 뒤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이유로 2004년부터 공론화됐던 ‘게임 셧다운제’가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이 차단됐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게임 업계의 반발과 개인의 자유 침해 비판이 들끓었고 우회 접속으로 법은 무력화됐다. 어렵사리 시행된 셧다운제는 결국 10년 만인 2022년 1월 1일 공식 폐지됐다.
■지금은 게임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청소년들을 사로잡고 있다. 폐해도 훨씬 심각하다. SNS 사용이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 괴롭힘(사이버 불링)과 성 착취 등 각종 범죄와 중독으로 이어지다 청소년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까지 벌어진다. 골머리를 앓던 각국 정부 가운데 호주가 가장 먼저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달 10일부터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된다. 인스타그램·유튜브·틱톡·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지 않으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3억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동참하는 나라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덴마크가 15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 입법을 예고했고 노르웨이·영국·프랑스·말레이시아 등도 유사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 의회는 SNS 사용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국회에도 청소년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달 의회 연설을 통해 SNS 규제를 예고하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괴물을 풀어놓았다”고 했다.
■다만 강제적인 SNS 금지는 즉각적 효과 못지않은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산업적 영향과 실효성은 차치하고 온라인 소통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이 고립되고 음지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호주의 과감한 ‘실험’에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신경립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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