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군축백서·올해 5월 안보백서 등엔 언급됐으나 이번에 삭제
▶ 전문가 “미국과 전략적 경쟁 우선시해 핵무장한 北 묵인”

김정은·시진핑, 6년만에 만나 “우호불변”…북중관계 복원 [로이터]
중국이 최근 발표한 군비통제 관련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문구를 생략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핵 불용'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북한 핵무장을 인정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6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27일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표했다.
이 백서는 2005년 9월에 발표한 '중국의 군비 통제 및 군축' 백서를 업데이트한 것인데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서술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번에 발표된 백서에는 중국이 그동안 전통적으로 언급해온 '한반도 비핵화 지지' 관련 표현이 삭제됐다.
백서는 '핵 비확산' 부문에서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정한 입장과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고 항상 한반도의 평화·안정·번영에 힘써왔으며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관련 당사국이 위협과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해 정치적 해결을 촉진하며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실현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2005년 군축 백서는 '국제 군비 통제와 군축을 적극 추진' 부분에서 "관련 국가들이 한반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비핵지대를 설립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백서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아예 빠졌다.
중국이 올해 5월 발표한 '신시대 중국 국가 안전(안보)'와 2017년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안보 협력 정책' 백서에서도 '비핵화' 관련 내용은 들어있었다.
올해 '신시대 안보' 백서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꾸준히 힘쓰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과정을 병행 추진해 각국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있게 해결한다"고 밝혔다.
또 2017년 아태 안보정책 백서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핵 개발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명시하고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추진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 실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이번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생략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우선시함에 따라 '북핵 불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꿔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암묵적으로 용인'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자오퉁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만약 중국이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언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사실상 핵무장한 북한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자오 연구원은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이 공식 성명과 정책문서에 '한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하는 것에서 "분명하게 멀어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거듭된 압박 속에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북중 관계를 반복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던 핵문제를 내려놓으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국이 올해 5월 안보백서 외에 공식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사례는 작년 3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의 처방전'으로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두 달 뒤 서울에서 개최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목표로 천명했던 2019년 제8차 회의 때와 달리 북한·북핵 위협에 관한 3국의 합의가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 결과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언급은 없었다. 양국은 2018∼2019년 중국에서 4차례, 북한에서 1차례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때마다 비핵화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북러 밀착으로 한동안 소원했던 북중은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전승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을 계기로 우호관계 회복을 선언했다. 당시 회담에 '비핵화'가 거론되지 않으면서 자신들은 핵보유국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중국이 사실상 묵인 또는 방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담 후 중국이 공개한 결과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양국은 2018∼2019년 중국에서 4차례, 북한에서 1차례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때마다 비핵화 관련 내용이 들어갔다.
이에 자신들은 핵보유국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중국이 사실상 묵인 또는 방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자오 연구원은 중국이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우선시하는 "더 광범위한 재조정"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을 가까이에 붙잡아 두고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북핵 확산 억제를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중국의 입장 변화가 미국이 한국·일본과 함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한 "미묘한 항의"이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우회적으로 피하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표명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남북한 모두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중국의 시각을 이번 백서가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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