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도 DNA의 산물인가.
110여만의 전상자를 냈다. 그 과정에서 경제는 결단 나다 시피 했다. 그래도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15만의 병력을 투입, 돈바스지역의 전략 요충 포크롭스크 공격에 나섰다. 3만, 4만. 5만. 얼마나 많은 병사가 죽어나갈지 모른다. 그래도 상관 않는다. 어떻게든 이 전략요충만은 장악해야한다는 것이 푸틴의 각오다.
그래서 또 한 차례 막대한 병력을 손실해가면서 포크롭스크를 점령했다. 그러면 러시아의 공세는 그칠까. 답은 ‘아닐 것’이란 쪽으로 기운다. 푸틴은 종전 의사가 없다는 게 군사안보 전문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진단이다.
푸틴은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러시아 국민이다. 4년째 이어지도록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혹은 최소한 묵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비극적이고, 파국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이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제국주의 DNA론’이 나오는 이유다.
러시아는 적자생존의 다윈주의(Darwinism)를 신봉한다. 국제질서도 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세력영향권(sphere of influence) 논리’다. 그러니까 강자는 주변의 약자를 마구 침범해도 된다는 거다. 약자가 고통을 당하는 것은 숙명이고.
이와 함께 푸틴 러시아가 도모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서방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공들여 구축해온 ‘질서에 기반 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를 무너뜨리는 거다.
우크라이나 침공도 그 일환에서 이루어졌다. 세력영향권을 확대함으로써 러시아제국의 옛 영화를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침공 4년을 맞은 현재 그 꿈은 오히려 멀어져가고만 있다는 게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제국 부활을 위해 크렘린이 1차 타깃으로 설정한 나라들은 과거 소련에 속했던 비(非)러시아 공화국과 동구의 위성국가들이다. 그런데 이 나라들이 하나같이 그렇다. 러시아에 협조적이지 않다.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의 소중함을 만끽하고 있는 탓인지 독립유지에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이 나라들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영원히 벗어났다. EU(유럽연합)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된 것이다.
몰도바. 조지아, 아르메니아, 과거 소련의 일원이었던 이 세 나라는 회색지대(gray zone)에 속한다. 때로 모스크바의 영향에 휘둘리기도 한다. 그러나 강한 독립지향성을 보이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으면서 크렘린에 대놓고 ‘노’라고 말할 정도로 자주적이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나라들은 중국과의 경제유대 강화를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에 균형을 이루고 있다.
주목할 사실은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공동체에 러시아를 제외하고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등 4개국만 참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이 이끄는 상하이협력기구에는 중앙아시아의 4개 ‘스탄’국들을 비롯해 중국을 제외하고 13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말하나. 과거 소련의 일원이었던 중앙아시아의 비 러시아공화국들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 미래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벨라루스는 거의 유일한 러시아의 위성국가다. 집권자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로 부정선거를 통해 권좌에 오른 7선의 독재자다. 이 루카셴코가 이룩한 업적(?)은 용케도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모면해온 것이다. 이 벨라루스의 독재자도 요즘 들어 미국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제 남은 나라는 우크라이나다. 푸틴은 그러면 우크라이나를 결국 복속시킬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침공 4년 현재 그 가능성은 오히려 더 줄어 ‘제로’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전쟁 4년 동안 확고히 다져진 것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정체성이다.
전쟁 전 상당 수 우크라이나인들은 정체성 문제에 양면적이었다. 유혈의 비극적 사태 4년을 겪으면서 ‘러시아 것’이라면 무조건 고개를 저을 정도로 반(反)러시아 감정이 확산됐다. 비례해 굳어진 것이 독립에의 전 국민적 합의다.
따라서 내려지는 총체적 결론은 러시아의 제국의 부활에 대한 염원, 이는 러시아만의 백일몽일 뿐 이루어질 가망성은 없다는 게 더 힐의 지적이다.
‘트럼프의 제재로 푸틴의 전쟁자금은 말라가고 있다.’ ‘잇단 서방의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의 석유가 고사상태를 맞고 있다.’ ‘경제악화, 뒤따른 재정난으로 러시아는 단지 저강도 전쟁수행이나 가능한 무기생산 밖에 할 수 없게 돼 전선유지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뒤 이어지는 포린 폴리시,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 등 군사와 안보전문지들의 보도다.
동시에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황이 불리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인 양 휘둘러댔던 게 핵 공격 위협이다. 푸틴의 그 블러핑(bluffing)책략도 이제 효력만기 상황을 맞은 것 같다.’
점차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할까. 그게 푸틴이 맞은 상황이란 이야기다.
이래저래 2025년 11월은 푸틴에게 ‘잔인한 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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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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