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숨을 죽이고 달 착륙선을 응시했다. 우주비행사 3명을 태우고 달에 접근하던 아폴로 13호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렸다. 달에 착륙하기도 전에 세 명의 목숨이 사라질 위험한 순간이었다. 식수와 전기 공급을 위한 전선에 불이 붙어 탱크가 파열되어 일어난 폭발 사고였다. 1970년 4월 13일 오후 2시7분.
우주 선장 짐 레벨은 이 위급한 상황을 휴스턴 관제센터로 보고했다. 관제 센터에서는 즉각 달 착륙을 포기하고 지구로 귀환하도록 지시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이들의 운명을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레벨은 이번 우주여행이 두 번째였다. 그는 아폴로 8호선을 타고 달 궤도를 이미 열 번이나 돌면서 인류 역사 최초로 달의 뒷면을 맨눈으로 목격한 베테랑 우주 비행사였다.
그러나 그는 달에 발을 디디지는 못했다. 이번 아폴로 13호선이 예정대로 달에 착륙하였다면 그도 달을 밟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달 착륙을 무리하게 시도한다면 우주선에 탄 동료들과 함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레벨과 함께 탄 두 사람의 우주인들은 모듈의 예비용 전력과 산소공급을 끄고 지구로의 귀환을 위하여 루나 모듈로 옮겨 탔다. 레벨은 715시간의 우주 비행 경험자답게 침착하였다. 에너지 절약을 위하여 귀한 선의 조명과 난방을 끄고 추위를 견디었다. 우주선 안에서 레벨이 폭발음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유성에 충돌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곧 죽을 것이라는 공포가 자신과 동료들을 떨게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탄 우주선이 유성에 충돌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게 되자 생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두려움에 떨 시간조차 없었다.
달 착륙을 불과 대여섯시간을 남겨 놓고 일어난 이 극적인 폭발 사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레벨은 침착하게 대처하였다. 마침내 우주인 세 사람을 태운 모듈은 지구를 향하여 빠른 속도로 귀한 길에 오를 수 있었다. 휴스턴 관제센터에서는 숨을 죽이고 이들의 귀환을 지켜보았다. 대기권에 재진입 시에 일어난 블랙아웃이 6분 이상이나 계속되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으나 다시 들려온 전파는 휴스턴 관제탑을 환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오케이, 휴스턴, 우리는 집으로 가는 중입니다”라는 음성이 들리자 초상집 분위기의 관제탑은 금방 잔칫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이 일은 레벨과 동료 두 명에게는 삶과 죽음을 오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밟고 싶어 하였던 달 표면에 서지는 못하였지만 레벨은 더 소중한 일을 거뜬히 해냈다. 동료들의 목숨을 죽음 직전에 구해 낸 일이었다. 그는 실패자처럼 보인 진정한 승리자로 길이 인류의 우주 탐험 역사를 장식할 것이다. 지난 8월 7일 그는 97세를 일기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살아서 밟지 못한 달의 표면을 눈을 감은 후에라도 밟을 수 있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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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두 서북미수필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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