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때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관례적으로 타이틀 보험을 구입한다. 특히 은행 융자를 받는 경우에는 은행 명의로 타이틀 보험을 반드시 가입해야 대출 심사가 승인되기 때문에, 바이어 입장에서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만, 바이어 본인을 보호하는 타이틀 보험은 다른 보험과 마찬가지로 구매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 사항이다.
그렇다면, 선택적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왜 대부분의 바이어들은 타이틀 보험을 가입할까? 이 질문은 미국에서 오래 거주한 분들에게서는 거의 나오지 않고, 주로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막 이민 와서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바이어들이, 본국에는 없는 타이틀 보험 제도에 대해 궁금해 하며 묻는 경우가 많다. 클로징 시 바이어가 사인해야 하는 서류가 책 한 권 분량에 이를 정도로 많다 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가입하는 겁니다”라는 짧은 답변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제로 부동산 거래에서 타이틀 보험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보험이 그렇듯이, 현재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가입하는 것이 바로 타이틀 보험이다. 타이틀 보험 역시 마찬가지로, 철저한 타이틀 조사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은 후에야 발급된다. 따라서 “이미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는데 왜 굳이 보험까지 들어야 하나?”라는 질문이 자주 나오는데, 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아무리 철저히 조사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는 알 수 없는 등기상의 결함이나 부동산 관련 문제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의 실수, 위조나 사기, 숨겨진 상속인의 권리 주장, 공사비로 인한 유치권 (Lien) 등이 뒤늦게 발견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짜 셀러가 위조된 신분증으로 자신 소유가 아닌 부동산을 매도하는 사기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타이틀 보험은 이러한 예기치 못한 위험을 바이어 개인이 홀로 떠안지 않고, 보험사에 책임을 넘기는 장치인 것이다.
실제로 타이틀 보험의 클레임 발생 비율은 약 2~3%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그러나 일단 클레임이 발생하면 피해 금액이 수만 불에서 수십만 불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타이틀 보험 가입 여부는 결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바이어의 선택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 모기지 상환을 처리해 주는 회사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보통 타이틀 회사는 세틀먼트에서 셀러의 모기지를 모두 상환하고, 말소 절차까지 마쳐 깨끗한 타이틀이 바이어에게 넘어가도록 처리한다. 그런데 이 회사는 6개월 전에 클로징에서 상환한 모기지가 아직 말소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조사해 보니 셀러가 가진 두 개의 모기지 중 하나가 HELOC(Home Equity Line of Credit)이었고, 클로징 직후 상환 절차가 완료되기 전 5만 불을 추가로 인출한 것이 문제였다.
보통 은행은 이런 경우 계좌를 막고 세틀먼트 회사에 통보하지만, 해당 은행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셀러가 계속 자금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결국 셀러는 상환을 미루었고, 바이어는 필자의 조언에 따라 타이틀 보험회사에 클레임을 제기했다. 보험회사는 우선 HELOC을 대신 상환한 뒤 셀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회수했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바이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위 사례에서는 보험회사가 셀러를 상대로 손해를 회수할 수 있었지만, 만약 셀러가 외국인이서 해외로 도주했다면 그 손실은 결국 보험회사가 부담하게 되었을 것이다. 타이틀 보험이 있다면 이처럼 바이어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보험 클레임을 통해 보험회사가 대신 처리해 준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타이틀 보험을 사는 핵심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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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박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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