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지치게 했던 소음도 열기도 차츰 잦아들고 피부를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과 청명한 햇빛이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하는 계절이다. 다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무잎새 사이로 흐르는 코발트빛 하늘을 보며 이 아름다운 계절에 무엇으로 마음을 채워볼까 생각 해본다.
가을은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 중국 당나라의 한유(韓愈)라는 시인은 말했다. 이는 우리 귀에 익히 익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의미와 같으리라.
그리고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는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독서는 단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취미거리 라기보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떼어낼수 없는 교과과목일런지도 모른다. 독서를 통하여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면의 새로운 감정이 일깨워지고, 굽었던 생각의 틀을 바로 잡아 주는 지혜도 얻는다. 그리고 저자들의 각기 다른 사고(思考)를 통하여 우리의 견해를 더 넓고 더 깊게 자리를 잡아준다.
나의 젊은시절에도 그랬던 것같다. 꼬인 끄나플처럼 고달프던 시절에는 시련과 고통을 극복한 저자들의 자서전등을 읽으며 성찰(省察)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 때는 가끔 필요한 서적 한 두권 골라 겨드랑이에 끼고 빼곡이 종류별로 구분되어 있는 크나큰 서점에서 책장을 들추다보면 마냥 마음이 뿌듯했었다.
변해가는 자연의 빛깔처럼 연륜에 따라 독서의 제목 선택도 달라진다. 그러나 딱히 호기심 끄는 신간서적이 아니더라도 책 꽂이 한편에서 나의 분주함에 밀려나 오랫 동안 손길을 기다려 온 서적들이 수북하다.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 시간적 여유가 참으로 없었다. 긴 시간들을 자식들을 키우며 가정을 일구느라고 정작 나 스스로를 채울 겨를이 없었다. 감당해야 할 일꺼리에 밀려나 읽고 싶은 서적들 마저도 차곡차곡 마음 한편에 쌓아두기만 했었다.
노을 빛 고운 이 계절 우리에게 이제 시간이라는 귀한 선물이 주어졌다. 가을은 짧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이 좋은 날들이 그저 스쳐 지나지 않도록 잠시 멈추어 나만의 풍경에 오롯이 젖어봄도 즐거운 일이리라 가끔은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가까운 공원 벤치에 앉아보거나, 편안한 장소에 기대어 새로운 바다에 풍덩 빠져보는 것도 푸르른 가을의 즐거움일 것이다.
책갈피 사이에 고운 단풍잎 하나 끼워 놓으며 쏜살같이 날아간 날들도 떠올려 보자. 이 가을이 분명 한 뼘 더 깊어지고 보람찬 날들이 되리라 기대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그 책은 무엇일까 기대 하며 풍요로운 가을을 맞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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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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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같은 수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