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부과의 선결 조건으로 유럽의 제재 강화를 요구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파울라 핀호 EU 집행위 수석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이 요구에 대한 질문에 "러시아산 화석연료의 단계적 수입 중단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부터 지금껏 수년째 우리가 매우 명확한 계획하에 하는 일"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브리핑에 배석한 올로프 길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건 단계적 중단이 아니라 (2차) 관세 아닌가'라는 질의에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이 아닌 우리가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해서만 설명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19차 제재 패키지를 곧 마련할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파트너국과 조율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에 대해 "기꺼이 제재를 부과하겠다"면서도 "제재를 가할 용의가 있지만 유럽도 내가 하는 조치에 상응하도록 제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지속하는 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는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루 전인 13일에는 SNS 트루스소셜에 "모든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의하고 이를 시작하며,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할 때 미국도 러시아를 상대로 강력한 제재를 단행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나토 모든 회원국의 중국에 대한 50∼100%의 관세를 부과 필요성도 거론했다.
액면 그대로 보자면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더 강경해진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EU 차원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퇴출 계획에 반기를 들고 대러시아 제재에도 반대하던 친러시아 성향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동시에 난감한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나토엔 EU 비회원국도 있는데 '모든 나토 회원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 중국에 대한 2차 관세는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EU 회원국이 아니며, 러시아산 석유를 대량 구입한다. EU가 수입을 중단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유럽권 매체 EU옵서버는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부 위협'을 해놓고 실제 행동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를 거의 실현 불가능한 조건에 묶어놓고 더 강력한 조치를 지연시키는 것일 수 있다"며 "나토 동맹이 대러시아 제재가 아닌 원유 수입과 대중 관세를 두고 논의하느라 수개월을 허비한다면 결국 러시아는 시간을 벌고 수입은 계속 얻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EU는 중국 등에 대한 2차 제재 부과에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EU는 2023년 6월 11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것으로 간주되는 제3국에 대한 특정 유럽산 상품의 수출·공급·이전을 금지할 수 있는 '제재 우회방지 도구'(Anti-Circumvention Tool)를 마련했으나 아직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핀호 대변인은 '왜 중국을 상대로 제재 우회방지 도구를 사용하지 않나'는 질의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있기에 아직은 적절하지 않은 수단이라고 판단했다"며 "적절한 때라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적절히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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