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한인 설치미술가인 루시아 황(한국명 황주란)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Perpetuate’란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오는 10월 1일부터 11월 7일까지 워싱턴대(UW) 앨런도서관 로비에서 펼쳐진다. 앨런도서관은 UW 중앙도서관인 수잘로도서관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Perpetuate는 원래 '영속시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황 작가는 '기억과 기록을 영속시켜 잊혀지지 않게 하다'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황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기억은 무엇으로 남고, 또 어떻게 이어질까’라는 주제를 작품에 담았다. 버려진 매체와 고대 상징을 통해 인류의 집단적 기억과 기록의 의미도 탐구하고 있다.
전시의 중심에는 오래된 CD와 VHS 테이프가 있다. 한때 강력한 기록 도구였던 이 물질들이 이제는 쓰임을 다하고 잊혀졌지만, 황 작가는 이를 재료로 삼아 오벨리스크와 벽체를 쌓아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적이면서도 신성한 공간 한가운데에는 지구 모양의 구체(球體)가 놓인다.
이 구체를 둘러싼 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자의 상징들이다. 인류 최초의 기록 체계를 환기시키며 ‘우리가 남긴 흔적은 무엇으로 영원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황 작가는 “디지털 데이터가 손쉽게 사라지는 시대에, 물리적 기록 매체를 다시 불러내 기억의 덧없음과 소중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회의 소개글을 보면 작품은 단순한 설치를 넘어 기억의 순환성을 이야기한다. 버려지고 낡은 매체는 폐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공간과 메시지를 재탄생시킨다. 이는 인간이 왜 끊임없이 기록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사라짐 속에서도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상징한다.
황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어거스타나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현재 시애틀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개인과 문화의 변환, 정체성과 환경의 교차점을 주요 주제로 삼는다. 버려진 재료를 재해석하는 그녀의 방식은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황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버리는지, 기록이라는 행위 자체가 인간 존재의 연속성을 어떻게 증명하는지를 함께 성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UW타테우치 동아시아도서관(관장 이효경)이 주관해 열리는 이번 전시회 관람은 무료이며 도서관이 열려있는 시간에 아무 때나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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