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글을 살리자. 옳은 말, 옳은 글을 후세에 물려주자.”
평소에 내가 존경하는 노불老不 변완수卞完洙 선생님이 얼마 전 <더 나은 한국어NobulKoreanLanguage>라는 제목의 유튜브를 시작하며 시청자에게 던진 간략하면서도 명료한 동기(動機)의 변(辯) 이다. 이 분의 연세가 올해로 91세 이시니 아마 한국인 유튜버 중에 최고령자일 것이다.
노불 선생님은 한학자이며 한국어 학자이고 한시와 우리말 시조에도 능하신 분이다. 노불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의 수불석권(手不釋卷)에서 ‘늙어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은 변 선생님의 호이다. 나는 그분에게서 틈틈이 한문을 배우기도 했다.
한 편에 10분 정도의 유튜브 동영상을 벌써 일곱 편이나 올렸는데 그 한 편 한 편이 한국말을 말하고 쓰는 한국인의 가슴을 찌르는 신랄한 지적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에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 일깨워준다. 그러나 그러한 지적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우리말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질정(叱正)이어서 다 듣고 난 후에는 오히려 뿌듯한 마음, 제대로 배웠다는 마음이 든다.
대부분의 한국 유튜브 동영상 제작자는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듣기 좋은 말, 보기 좋은 영상 또는 과장되고 꾸며진 영상을 만들려고 애쓴다. 그래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더 나은 한국어> 유튜브는 사람들이 즐겨 찾고 ‘좋아요’와 ‘구독’ 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를 그런 류(類)는 아니다. 그러나 노불 선생님의 유튜브는 보면 볼수록 묘한 끌림이 있다. 왜냐하면 그 내용이 진심으로 우리말을 사랑하는 길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고 나에게 하는 고언苦言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미도 있다.
이분은 가끔 나에게 한국어의 타락상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시며 “미국에 있는 재야의 한국어 학자의 말을 누가 들어주어야 말이지...” 라며 소위 한국의 기성 학계와 사회의 무관심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재작년에는 <한국 어문(語文)을 고발함>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우짜다 우리 말이 요 꼴이 됐능교? 이 모두 한글 전용 군자의 공이로소이다.”라는 한탄으로 우리말, 우리글의 타락성을 요약한 바 있다. 참고로 노불 선생님의 고향도는 경상도이다.
노불 선생은 그가 한국의 TV 방송, 신문, 잡지, 문학서적, 유튜브 강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우리가 접하는 유명한 학자들이 한국어를 잘못 쓰고, 말한 여러가지 예를 채록하여 익명성을 보장하며 하나 하나 보여주고 있다.
잘못 사용하는 한국어 말과 글의 예를 보면, 가장 흔한 것이 단어의 오용, 부자연하고 천박한 표현, 중복어, 복수와 단수의 잘못된 사용, 고유어의 잘못된 축약, 부사의 명사화, 명사의 동사화 등이다. 또한 잘못된 단어의 발음이다. 그가 지적한 한국어 말하기와 쓰기의 잘못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한국인에 해당된다. 특히 많은 우리말이 한자어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지 못해 저지르는 어이없는 실수를 꼬집어내어 우리나라 언어교육의 난맥상을 한탄하고 있다.
노불 선생이 지적한 잘못된 우리말 사용 중에 한국 대통령의 이름을 TV 아나운서나 판사가 잘 못 발음한 사례를 설명한 것을 들으면 ‘정말 한심하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예를 들어 ‘박근혜’를 사람들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박그네’라고 들리도록 발음하고, 우리나라 이름 ‘한국’을 유명한 학자 조차 ‘항국’이라고 발음한다는 지적에는 그저 아연실색할 뿐이다.
그는 특히 국회의원이나 정부의 고위 관료, 검사, 판사, 교수 등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우리말을 아무렇게 말하고 쓸 뿐 아니라 저급한 표현을 대중 앞에서 말하는 행태를 개탄하고 있다. 사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누구도 이러한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이나 사회의 포용력이 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올바른 우리말, 잘못된 우리말에 대한 무감각, 무관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말, 우리글을 잘못 말하고 쓰는 것에 대해 무관심하면서 한글, 한국어를 사랑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한글날이 되면 우리말 우리글 사랑하자고 모두 목청 높여 말하지만, 진정으로 우리말 우리글을 사랑하는 것은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 품위 있게 사용하는 것이다.
아흔이 넘은 노학자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도두 경청하고 일상생활에서 올바른 우리 말을 사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