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차 산업혁명시대이며 인공지능시대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먼지 낀 책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애착을 가지고 있는가, 오랫동안 간직했던 손때 묻은 책들을 맥시멀리즘 상태로 간직한다는 것도 모던한 현대에는 뒤쳐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책들을 다시 정리하려한다.
5년 전 이사 오면서 서재의 책장에 쌓여있던 많은 책들을 정리해야했었다. 피코 도서관에 중요한 책들을 보내려 했으나, 이미 한글 책들은 가득차서 쟁길 여유가 없다고 했다.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는 문학서적들은 참신한 매력을 지닌 모더니즘 이후의 책들이 많이 나온다. 나의 책장에 진열되었었던 낡은 고서적들은 지나가버린 시간의 의미와 문장과 꿈들이 담겨있다. 그 책들을 한 페이지씩 책장을 넘기면서 줄을 긋고 머리에 입력하며 새기었던 사랑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존경하던 분이 한권밖에 없는 아끼던 책을 건네주셨던 책이 진열되어 있다. 또한 덴마크의 사돈이 3년 동안 여러 곳에 알아봐서 찾은, 키르케고르의 1843년 덴마크어로 첫 출간한 “이것이냐 저것이냐” 의 원본도 책장에 고이 모셔있다.
요즈음에는 모던한 스타일인 미니 멀 라이프가 대세여서 비움의 미학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말과 글과 책이 없이는 인간 정신의 오랜 역사를 배울 수도, 간직할 수도 없다. 시간이나 세월의 흐름으로 지워지지 않는 글은 어느 때 접해도 감동을 준다.
“글로 쓰인 모든 것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피로써 쓴 글이다.” 이것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에서 나오는 문장으로 고독한 고뇌자의 멋진 문장에 글을 사랑하는 누구나 강한 공감을 느낀다.
연암 박지원이 그의 제자 박제가에게 창작기법을 가르칠 때, 창신이능전(創新 而能典), 법고이지변(法古而知變), 곧 창작을 하려면 고전을 많이 읽고, 잘 알아야하고, 그 고전을 본으로 하여 현재에 맞게 변용해서 쓰라고 했다.
러시아의 작가 솔제니친은 스타린시절에 사회 교화적이고 비판적인 러시아의 문학을 고발하며 당시에 맞게 변용하여 글을 썼다. 19세기 푸시킨에서 시작한 러시아문학은 20세기에 들어와서 파스테르나크에 이어 솔제니친으로 연결되는 사이 소련이 붕괴되고 우리는 솔제니친의 여러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즉 연암 박지원의 창작수법처럼 세기로 이어지는 고전을 토대로 변용해서 글을 쓴 것이다. 그의 책으로 우리는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많은 사회적 사건들과 그들의 고귀한 문학을 알게 되었다. 다시 책장을 올려보며 책들을 살펴본다.
헤세의 시 “책”
“이세상의 어떤 책도
너에게 행복을 주지는 못 한다.
그러나 살며시 너를 네 자신 속으로 돌아가게 한다.
네가 필요한 모든 것은 네 자신 속에 있다.
해와 별과 달이
네가 찾던 빛은
네 자신 속에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네가 갖가지 책에서 찾던 지혜가
책장 하나하나에서 지금 빛을 띤다.
이제는 지혜가 네 것이기 때문에.
<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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