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민성장증후군 환자 140만 명 달해
▶ 면역세포가 ‘음식=적’으로 인식해 활성화
▶ 당류 섭취 덜 하는 저포드맵 식단 도움
“면접 보기 전 긴장한 탓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 결국 지각한 적도 있어요.”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8)씨는 “배가 계속 아프니 면접에 집중할 수 없고,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서 떨어진 적도 여러 번”이라고 털어놨다.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면 나아질까 싶어 면접 며칠 전부터 맵고 짠 음식을 피했지만, 면접 당일이면 어김없이 배가 아팠다고 한다. 김씨는 “병원에서는 신경성이라며 마음을 다잡으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처럼 특별한 병을 앓고 있거나 맵고 짠 음식을 먹은 게 아닌데도 긴장되는 상황에서 복통과 설사가 반복된다면 ‘과민성장증후군(IBS)’을 앓고 있을 수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생활환경이 바뀔 때,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5월 29일은 세계소화기학회가 정한 ‘장 건강의 날’이었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과민성장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1만4,648명이었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대장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복통과 설사, 변비 등을 일으키는 기능성 위장 장애로, 스트레스와 긴장감, 식습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선 202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장(腸)내 면역반응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음식 성분을 외부에서 침투한 적으로 잘못 인식, 면역세포(비만세포)가 활성화하면서 과민성장증후군을 앓게 된다는 것이다. 비만세포는 히스타민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히스타민은 장 신경을 자극해 통증과 설사, 팽만감 등을 유발한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대중교통을 타거나 시험, 회의, 발표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복통과 설사로 애를 먹는 일이 잦다. 실제 2023년 미국 미주리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38%는 불안장애, 27%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민성장증후군이 없는 이들보다 불안장애와 우울증 발생 위험도 두 배 안팎 높았다. 과민성장증후군이 불안장애·우울증을 초래하고, 불안장애·우울증이 다시 과민성장증후군 증상을 악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등 소화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염증성장질환과 증상이 유사해 착각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복통·설사가 시간 구분 없이 찾아오고 환자 대부분이 영양흡수장애를 앓지만, 과민성장질환은 체중 감소나 영양흡수장애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상이 비슷해 환자 스스로 진단하기 어려운 만큼 내시경 검사와 혈액 검사, 대변 검사 등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대장의 운동성과 민감도가 비정상적으로 바뀌어 생기는 만큼 완치는 어렵다. 그래서 증상을 조절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에 치료 목표를 둔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생활ㄹ습관을 개선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 섭취나 과식도 피해야 한다. 신승용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예민한 성격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민성장증후군은 사실 성격과 크게 상관이 없다”며 “우울과 불안감, 스트레스, 자극적인 음식 섭취 등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식이요법을 병행해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식단 관리다. 지난해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진은 ‘저포드맵 식단’이 과민성장증후군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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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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