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정부 하버드에 공세
▶ 반유대주의 빌미 압박 강화
▶ MIT 총장 “미국에 치명적”
▶ 명문대 좁은문 백인 불만도

하버드 대학 캠퍼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고 명문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본보 23일자 A1면 보도)이 미국 대학가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지금은 하버드대를 향하고 있지만, 미국 엘리트 대학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지지 세력의 불만이 언제든 다른 대학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학의 지도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치 하나만으로 해외 학생 등록이 차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조치는 현재 법원 명령으로 효력이 중단된 상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샐리 콘블루스 총장은 지난 22일 행정부의 조치가 나온 직후 낸 메시지에서 “깊은 충격 속에 이 글을 쓴다”며 “연방정부가 하버드대의 국제 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콘블루스 총장은 “지금은 중대한 시기”라며 “국제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이 없다면 MIT는 MIT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캠퍼스 내 반 유대주의 근절을 내세우며 교내 정책 변경 및 정부의 학내 인사권 개입 등을 요구해왔고, 하버드대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 세력들이 미국 명문 대학들에 대해 진보 성향으로 편향됐다는 주장과 함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해왔다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반유대주의 근절을 명분으로 삼아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학·채용 과정에 정부 입김을 강화해 DEI 정책 폐기를 압박하고 진보주의 성향의 구성원이 학내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UC 버클리 고등교육연구센터의 존 오브리 더글러스 선임 연구원은 “현재의 타깃은 하버드대이지만, 이는 곧 미국의 모든 주요 대학의 자율성을 침식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이자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어 “학문적 인재를 미국으로 끌어오는 게 점점 더 위축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를 묻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해 이번 하버드대 조치가 다른 대학들을 향해 보내는 ‘본보기 사례’임을 명확히 했다.
NYT는 또한 일부 보수 진영은 미국 주요 대학에서 국제 학생 비중이 커지면서 미국 학생들이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제이 그린 교육정책센터 선임 연구원은 “미국의 중상류층 자녀들이 하버드대 같은 곳에 들어가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더 많은 정원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면서 미국 학생 정원은 더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린 연구원은 애초 국제 학생 연수 프로그램이 학문적 관점 확대를 통해 미국 고등교육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미국의 정치적 가치를 전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여겨 도입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목표가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학생 유입이 충분히 커지면서 고등교육에서 미국인에게 이용할 수 있는 관점을 확장하기보다 전 세계의 다른 관점들이 (미국인을) 지배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미 전국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이다. 다만, 학생들이 입학을 선호하는 주요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비중은 이보다 높다. 뉴욕대의 경우 전체 학생의 약 3분의 1이 유학생이며, 역시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 역시 5분의 2가 유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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