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Qatar) 왕실이 주는 4억 달러짜리 보잉 747-8 항공기를 받겠다고 한다. 그러자 민주당과 시민단체, 일부 공화당원이 공적 업무와 사적 사업간 이해충돌, 노골적 뇌물수여라며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는 현재 운용 중인 40년된 구형 에어포스 원을 대체하기 위해, 무료로 준다는데 받는 게 무슨 문제냐며 혈세를 아끼는 일이라고 한다. 미국이 그렇게 가난한 나라였던가, 다른 나라가 주는 대통령 전용기를 타야 할 정도로? 이런 선물이라면 반드시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카타르는 아라비아반도의 북동쪽 페르시아만에 불쑥 솟은 엄지 모양 반도국으로 삼면이 바다이며 대부분의 국토가 사막이다. 전제군주제 국가로 한국의 경기도 정도 크기에 인구는 300만여 명, 2022년 FIFA 월드컵이 열렸다. 원래 연안 어업이나 진주 채취를 하는 가난한 나라였으나 1935년 카타르 근해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로 인해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주하면서 인구도 대폭 증가했다. 한국과는 1974년 4월19일 국교 수립을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 전용기를 미국이 덜컥 받아들인 후에 내부를 점검하고 재조립하는데 수년이 걸리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수많은 볼트와 너트, 어느 곳에서든 도청장치가 있을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때 카타르를 테러자금 지원국으로 규정했던 일을 잊었는가.
미국민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이 중대사안을 이렇게 쉽게 취급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통령 퇴임후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에 기증하여 계속 이 항공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대통령의 나이 벌써 78세, 그의 사후에는 트럼프 가족들이 사용하려나 보다.
이는 카타르 왕실이 미국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지 트럼프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므로 국가가 보존해야 한다. 미 헌법은 외국정부의 선물을 받는데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공적 대가 없는 기증이므로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만일 개인이 소유한다면 그야말로 직위를 이용한 명백한 뇌물이랄 수 있다.
미 행정부 공직자들은 연방법에 따라 외국 정상이나 단체로부터 추정가치 480달러 이상인 경우 신고해야 하고 국가기록물 보관소로 이전하여 공식 전시된다. 공직자가 직권을 팔아 미국인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면 벌을 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아니었던가.
또한 트럼프가 시행하려는 500만 달러에 영주권을 주는 골드카드 정책은 미국이 권력과 금력의 나라가 되어버린 것을 보여준다. 전세계 빈민국들을 사심 없이, 대가 없이 도우며 헐벗은 지구촌 빈민들에게 따뜻한 보호막이 되어주었던 나라, 그 모든 것들이 아, 옛날이여가 되려나 보다.
한편, 트럼프는 세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보잉 항공기 160대를 주문받는, 총 2,0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계약을 했다. 미국을 상징하는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 계약으로 인해 미국의 일자리와 세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황금마차를 탄 강대국 황제가 여러 나라를 돌며 직접 조공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조공(朝貢, Tribute)은 약소국이 강대국에 고가 예물을 바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교역 형태를 띄기도 하는데 조선시대 경우 명나라에 말과 은, 사냥용 매, 인삼 등을 바치고 비단을 받았다. 조선은 여진이나 일본이 조공을 바치면 하사품을 내려 일종의 조공무역이 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영국은 차 무역의 이권을 노리고 청나라 왕실에 조공품으로 은을 바쳤는데 이 조공무역이 나날이 적자가 나자 영국은 청나라로 보내는 조공품에 아편을 슬쩍 넣었고 이로 인해 발발한 것이 아편전쟁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익이 됨과 동시에 큰 해를 가져올 수도 있는 도구나 상황을 비유)이었다.
조선시대 초기에 일본 사신이 한양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면서 일본의 조공을 받았는데 이 조공로가 임진왜란때 일본군의 침략로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쳐진 카타르의 공물인 보잉기가 ‘양날의 칼’이 아니 되란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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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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