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대에, 그것도 평시에 현직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다? 국민 누구도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 비정상은 또 다른 비정상을 낳는다. 그날(2024년 12월 3일) 이후 대한민국엔 ‘헌정 초유의 일’이 마치 드라마 시리즈처럼 쏟아진다. 국민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들의 연속에 매일매일 경악하고 좌절한다.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47일 만에 구속된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된 것도 구속된 것도 모두 초유의 일이다. 불소추 특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내란·외환죄를 범한 유일한 대통령이니 당연하다. 구속영장 발부에 격앙된 지지자들이 사법부 난동을 벌인 것도, 대통령경호처에 지휘부의 ‘윤석열 지키기’에 반발해 연판장이 나돈 것도 하나같이 역사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 그는 구속 53일 만에 석방됐다.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따져야 한다는 사법부 최초 계산법이었다.
■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으로 87일간 ‘1인 3역’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권한대행이던 한덕수 전 총리를 탄핵소추하면서 만들어진 초유의 국면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약과였다. 이번엔 대선 출마를 하겠다고(한덕수), 탄핵소추를 피하겠다고(최상목) 차례로 물러나면서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됐다. 교육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경제대책을 주도하는 황당한 상황이 33일간 지속돼야 한다.
■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도 초유의 사건들이 쏟아진다. 대법원장이 소부배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직권 회부한 것도, 그로부터 9일 만에 선고(파기환송)한 것도, 바로 다음 날 사건을 서울고법에 넘겨준 것도 모두 전례 없다. 서울고법 또한 사건 배당 1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첫 공판기일(15일)을 지정했다. 민주당은 초유의 대법원장 탄핵소추 문턱까지 갔다가 일단 브레이크를 밟은 상황. ‘헌정 초유’ 시리즈가 대체 몇 편까지 이어질지 가늠조차 힘들다. 분명한 건, 그에 비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질서가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영태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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