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차오량·왕샹수이 중국 공군 대령은 중국과 같은 후발 국가가 미국과 같은 강한 나라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 전략서를 내놓았다. 중국 역사에서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를 놓고 싸운 초한전(楚漢戰)이 아니라 ‘제한이 없는 전쟁’이라는 의미를 담은 ‘초한전(超限戰)’이다. 이 전략서는 군사적 대립보다는 군사 이외의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래전·원자전·우주전 등 8개 군사전법, 사이버전·정보전·마약전 등 8개 초(超)군사전법, 금융전·경제원조전·이데올로기전 등 8개 비(非)군사전법 등 총 24개의 전법을 제시했다.
■러시아의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2013년 ‘선전포고 없이 이뤄지는 정치, 경제, 정부, 기타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항의 잠재력과 결합한 비대칭적 군사행동’으로 규정한 후 러시아 등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쟁’도 이를 닮았다. 초한전은 출간 당시 미 정보기관 등 서방 사회로부터 “미국을 파괴하려는 중국의 마스터플랜” “서방에 대한 더러운 전쟁의 청사진” 등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는 이 책을 필독서와 정식 교재로 채택할 만큼 중시했다. 중국이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괴롭히고 한한령(限韓令)을 내린 배경에도 이런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군부대 등을 무단으로 촬영한 사건이 지난해 6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한 미 항공모함 드론 촬영 이후 11건에 달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중국의 대만 압박 강화, 미중 관세전쟁 격화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의 초한전 움직임도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 형법은 다른 주요국들과 달리 간첩죄를 ‘적국(북한)을 위한 간첩 행위’로 제한하고 있다. ‘적국’으로 한정한 것을 ‘적국과 외국’으로 넓히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중국이 해양구조물 설치로 서해에 대한 실효 지배를 강화하려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 항의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해 영토와 주권을 지켜야 한다.
<오현환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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