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과 유명 코미디언이 나와 정치 이슈를 놓고 재치 있는 발언을 하면서 해마다 주목받았던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만찬 행사가 올해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7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전날 밤 진행된 행사에는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했다. 그는 바티칸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 참석한 뒤 전날 저녁 뉴저지 베드민스터 소재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복귀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들은 백악관 기자단의 연례 만찬 행사에 관례로 참석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만찬에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불참했다.

기자단은 애초 만찬 행사의 주요 공연자로 코미디언 앰버 러핀을 불렀으나 이 역시 취소됐다.

러핀이 지난달 한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정부를 향해 "일종의 살인자 집단"이라고 비판하자 '분열의 정치'를 피하겠다는 이유로 기자단이 계획을 조정했다.

만찬 행사에서 발언한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 수정헌법 1조를 반복적으로 강조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특히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개칭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재 제한을 받는 AP통신 기자들이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공동 창업자인 언론인 짐 밴더하이는 "대통령은 불참하고 언론인을 놀릴 코미디언도 없다. 방송국은 정부 압력에 굴복하고 있으며 PD는 기업의 간섭으로 사임했다"라면서 "분위기와 현실이 참담하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기자단 협회 회장인 유진 대니얼스는 언론인들에 대해 "경쟁적이고 공경스럽지만, 또한 사람이기도 하다"고 언급하면서 "우리는 반대 세력이 아니고 국민이나 국가의 적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이어 "우리는 시험받고 있으며 공격받고 있다"라면서 "언론인들이 매일 아침 일어나 백악관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권력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단 하나의 미션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기성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부르면서 비난했으며 최근에는 더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다.

그는 CBS 등에 대해 방송 폐쇄를 위협하고 있으며 언론을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취재 시스템도 임의로 변경, 친(親)트럼프 인터넷 매체 등의 참여를 늘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