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등 4개 주 제기 소송, 연방판사 “명백히 위헌적”
▶ 행정명령 효력 14일간 차단, 시행금지 가처분은 내달 5일 결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폐지’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연방법원 워싱턴서부지법은 23일 워싱턴·애리조나·일리노이·오리건주 등 4개주가 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소송과 관련, 해당 행정명령 시행을 최소 14일간 중단시키는 임시 금지 명령(Temporary restraining order)을 내렸다.
존 코페노어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명백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연방 판사로 임명된 그는 “지난 40년 넘게 판사로 일해 왔지만 이 소송만큼 문제가 명확한 사건은 없었다. 노골적인 위헌”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원이 내린 임시 금지 명령은 미 전역에 효력을 미친다.
일단 최소 14일간 행정명령 시행을 차단하고, 이후 계속 시행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릴 지는 다음달 5일 심리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하자마자 서명한 출생시민권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은 ▲모친이 불법체류자고, 부친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모친이 합법적 거주자라도 일시적 체류 상태(학생, 취업, 관광비자 등)이고, 부친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시 말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기준을 부모 가운데 최소 1명 이상이 미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만약 정식 시행될 경우 유학생이나 취업비자 소지자, 주재원 등 한인 이민사회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변화다.
이 행정명령은 서명일 기준 30일 이후 미국에서 태어나는 사람부터 적용하도록 명시됐다. 이에 따라 이전 출생아에 대한 소급 적용은 금지된다.
그러나 행정명령 서명 직후 위헌이라는 비판이 빗발쳤고 시행을 막기 위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 등 4개 주가 제기한 소송 외에도 뉴욕과 뉴저지 등 민주당 성향의 다른 18개 주도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을 막기 위한 위헌 소송을 연방법원 매사추세츠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또 미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단체들도 행정명령이 나오자마자 트럼프 행정부를 제소했다.
결국 재판부의 결정에 해당 행정명령 시행 여부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그간 출생시민권의 근거로 여겨진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해석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 관할권에 속하는 경우, 미국 시민이자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속지주의’로 출생시민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는 것이 그간의 주된 해석이다.
이날 임시 금지 명령을 이끌어낸 닉 브라운 워싱턴주 검찰총장은 “미국 대통령을 비롯 그 어떤 개인도 헌법의 의미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장은 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매년 신생아 15만 명이 미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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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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