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니 일생 동안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 있다.
스파케티며, 좋다는 서양음식이나 다른 동양음식도 몇 번 먹으면 더 손대기가, 정확히 말해서 입에 올리기가 그렇다.
허나 우리들이 때론 등한히 한다해도 어느 때 불현듯 그리워지는 음식들, 특히 오래 또는 심한 투병후 입맛이 좀 돌아온 것 같을 때 소위 ‘추억의 음식’이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분명 존재한다.
워낙 음식 먹기를 즐기는 필자이나 이번에 심한 감기몸살로 식욕 전무 상태에서 조금씩 회복기세가 있어 처음엔 근처 한인이 경영하는 월남국수집에서 여러 번 주문해다 매운 양념장을 뿌려 먹곤 하며 다소 식욕이 회복된 것 같았다. 그런데 임신한 여자처럼 갑자기 먹고싶은 음식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그 중 된장찌개며 김치찌개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어렵사리 식료품상에 가 실한 삼겹살을 사다가 굵게 썰어 참기름과 마늘, 양파, 대파, 소주를 넣고 볶다가 된장과 적당히 물을 넣고 오래된 신김치를 집사람이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넣고 끊이니 아주 훌륭한 김치볶음(물을 적게 넣으면 볶음이요, 좀 많이 넣으면 찌개)이 완성됐다. 흰 밥에 김치볶음을 듬뿍 넣어 와인과 곁들여 먹으니 땀범벅, 입 범벅에 아주 오랜만에 식사 한 번 제대로 잘하니 이제서야 감기, 몸살이 완전 퇴치된 것 같다.
얼마전 워싱턴에 사는 딸아이 고등학교때 친구 한 명이 회사일로 LA 출장을 왔다가 딸아이와 그 애가( 중년여인이 된 서양아이) 우리집에 들렀을 때 김치찌개를 먹으며 어떻게나 좋아하는지, 옛날 버지니아 집에서 고교 시절 친구엄마가 해 주었던 추억을 되새기며 이야기가 끝이 없다.
여러 음식들이 있지만 김치찌개에 관한 한 끝이 없다.
연전 작고하신 필자 바로 윗형님도 돼지고기 김치볶음을 유독 좋아해 밥 비벼먹던 생각이 나고 아직 살아계시면 식솔 거느리고 여행 겸 캠핑도 함께 함께 재밋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아쉽기 그지 없다.
기다리지 말고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가능하면 다 해보도록!
찐 호박잎에 된장, 고추장 섞어 쌈 싸 먹는 재미도, 짭쪼름 하고 매운 고추 듬뿍 넣고, 호박, 감자, 양파, 굵은 멸치, 돼지고기 몇덩어리 넣고 바글바글 끊여 흰밥에 김을 얹어 먹는 것 또한 추억의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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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전 워싱턴서울대 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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