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테러현장 검은 연기
▶목격자들 눈물의 증언
▶ 끊이지 않는 애도 발길
▶우크라 관련 의혹 분분
23일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옆 총격 테러 희생자 추모 공간 에 수많은 꽃다발과 양초 등이 놓여 있다. [로이터]
지난 23일(현지시간) 찾아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앞. 삼엄한 경찰의 통제로 공연장 건물 가까이에는 다가갈 수 없었다. 하지만 멀리서도 검게 그을려 뼈대만 남은 공연장 건물이 보여 화재의 참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재로 인해 이 공연장 지붕은 일부 무너졌다.
아직 화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듯 공연장 주변에는 검은 연기가 바람을 타고 떠다녔다. 공연장 건물 주변에는 소방차와 사다리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경찰들은 주차장 울타리 밖까지만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주차장 울타리 한쪽에 자연스럽게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이 공간에는 온종일 꽃과 양초를 두고 가는 추모 인파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끔찍한 테러에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이 희생자를 애도하려는 듯 대형 곰 인형을 비롯한 봉제 인형들도 눈에 띄었다.
전날 록 그룹 피크닉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었던 이 공연장에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뒤 불을 질러 150명 가까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기 대관식에 찬물을 끼얹은 20년만 최악의 테러에 모스크바와 러시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푸틴 대통령은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2000년대 이후 모스크바에서 대형 테러 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테러는 2004년 체첸 분리주의 반군이 일으켜 33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베슬란의 초등학교 테러 이후 최악으로 꼽힌다.
이날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앞에는 테러를 직접 겪은 목격자들도 연합뉴스 취재진에게 자신이 겪은 비극적 상황을 설명해줬다.
전날 가족과 함께 피크닉 콘서트를 보러 왔었다는 아나스타샤 로디오노바는 “그들(테러리스트)은 ‘엎드려!’ 이런 말도 없이 조용히 걸어 들어와서 사람들을 쐈다. 소리가 흩어져서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동생의 아내는 시체 위를 달렸다고 한다. 정말 무서웠지만, 나중에 우리가 운이 좋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집에 돌아와 보니 재킷은 피범벅이 돼 있었다. 5분만 늦었어도 우리는 총에 맞았을 것”이라며 몸서리를 쳤다. 또 “그들은 재밌다는 듯이 걸어 다니면서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 총을 맞는 사람이 여자인지, 어린이인지, 노인인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5∼17일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5선이 확정,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의욕을 보이는 상황에서 발생해 러시아에 더욱 큰 충격을 던졌다. 30년 장기집권의 길을 연 푸틴 대통령의 ‘차르 대관식’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신의 전투원들이 벌인 일이라며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가운데 러시아는 용의자들의 우크라이나로 도주를 시도했다며 우크라이나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지만 이미 모스크바는 일상을 멈추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모스크바의 각종 문화·스포츠 행사와 학교 수업들도 취소됐다.
테러의 악몽 속에 긴장감도 흐르고 있다. 모스크바의 심장 붉은광장은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출입이 완전히 차단됐다. 지하철 보안 직원들은 배낭을 메거나 큰 짐을 든 사람들을 불러세워 위험 물질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방문객 검문을 강화했다. 음식 배달원들은 아파트 출입구 앞에서 주문자에게 전화해 경비원을 바꿔주고 나서야 배달을 마칠 수 있다.
모스크바의 혈액 센터들에는 희생자들을 위해 헌혈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들도 앞장서서 헌혈에 동참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푸틴 침략주의 악동은 기회로 싸잡아 우크라이나관련을 주장 하는 마찬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