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휴전 종료 후 가자 남부 공격… “또 어디로 가란 거냐” 불안 확산
▶ 대피소에 사람 넘치고 식료품·화장실 열악…자포자기 피란민도
"또 어디로 대피하란 말이냐? 이젠 어떤 곳도 안전하지 않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큰 혼란과 공포에 휩싸였다.
가자지구 북부지역을 대부분 장악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일시 휴전 종료 이후 가자지구 남부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작전에 들어가면서다.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남부 지역으로 몰려갔는데 이곳마저 전쟁터로 변하고 있어 또다시 가족들의 생사를 걱정해야 하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3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대피령을 내린 지역은 이날 기준 34곳으로, 하루 사이에 15곳이 늘어났다.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은 대부분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와 그 주변에 몰려 있다. 칸 유니스는 가자지구에서 2번째로 큰 도시로, 휴전 종료 이후 이스라엘군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됐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전쟁 초기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했다. 유엔은 가자지구 이재민 규모를 18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번 대피령 확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지상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잇단 대피령에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대피령이 예고 없이 바뀌는 경향이 있어 많은 사람이 대피해야 할지 확신 못 하고, 어디로 가든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쟁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네 아이의 엄마인 할리마 압델-라만은 대피령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지난 10월 칸 유니스 외곽으로 대피해 친척들과 지내고 있는 압델-라만은 "(이스라엘군은) 이 지역으로 가라고 해놓고 그곳을 폭격한다"며 "가자지구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란민 나스랄라는 자기 가족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으므로 가만히 있겠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는 "두려운 것은 남아있지 않다. 집도, 재산도, 돈도 사라지고 아들도 죽었으며 일부는 장애인이 됐다"며 자포자기 심정을 드러냈다.
몇 주 전 북부에서 아내, 여섯 아이와 칸 유니스로 피란을 와서 한 학교에서 지내는 야멘은 "칸 유니스에서 가족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0월 7일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5천500명을 넘었고, 이 중 70%는 여성과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달 1일 휴전 종료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193명으로 집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피란민들로 넘쳐나는 대피소나 가자지구 남서부 연안 알마와시 지역의 좁은 '안전지대'로 이동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지대로 대피한 일부 주민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없으며 식료품이 부족하고 화장실도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의 고통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크다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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