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장시간 사용하는 인구가 늘면서‘흉곽출구증후군’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흉곽 출구(胸廓 出口)는 가슴 부위에서 팔 쪽으로 나가는 부위다.‘흉곽출구증후군(thoracic outlet syndrome·TOS)’은 이 부위 신경이나 혈관(신경상완 신경총·쇄골하 정맥·쇄골하 동맥 등)이 눌리면서 발생한다. 팔에서 손까지 저리거나 아픈 게 가장 흔한 증상이다. 때로는 손과 팔이 붓거나 피부색도 변한다. 20~4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나타나고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3~4배 정도 많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거나 장시간 낮게 뻗은 자세(컴퓨터 작업, 트럭 운전 등)로 일하는 직업인이나 운동선수, 쇄골 골절·자동차 사고 등 부상을 당한 사람, 선천적 쇄골 과잉증 등 특정 질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문제는 이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손목터널증후군 등 흉곽출구증후군과 증상이 비슷한 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흉곽출구증후군은 신경이나 혈관이 특정 자세에서만 눌리므로 근전도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는 병을 진단하지 못할 때도 많다.
이 때문에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애먼 치료를 받으면서 정신 질환으로 오진돼 정신 질환 약까지 먹기도 한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생기는 것은 흉곽출구증후군의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MRI 검사는 해부학적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치기에 의사의 평가와 다양한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흉곽출구증후군은 아직 진단과 치료가 결코 쉽지 않은 질환이다. 설령 진단이 돼도 증상이 잘 호전되지 않을 때가 많고, 아직 수술적 치료를 기피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필자도 2015년 이전에는 흉곽출구증후군 환자를 진료해 본 적이 별로 없다. 흉곽출구증후군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이 질환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필자가 처음 흉곽출구증후군 수술을 시행한 것은 1998년이었다. 스승이신 이두연 교수가 수술하는 것을 보조하면서 수술법을 배웠는데, 아주 어렵게 느껴졌다. 흉부외과 교수가 된 이후 가끔씩 흉곽출구증후군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보지만 진단·치료에 자신이 없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이 때문에 2015년 미국 미주리주 센트루이스 워싱턴대병원 혈관외과 로버트 탐슨 교수를 찾아가 이 질환의 진단과 수술법을 배우게 됐다. 탐슨 교수는 ‘흉곽출구증후군센터’를 운영하면서 오로지 이 질환자만 진료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쇄골상부접근을 통한 전사각근·중사각근·제1늑골절제술 등 수술을 익혀 안정적인 수술을 시행하게 됐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병 진단 자체가 어려워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이런 가운데 올 1월 일본 군마현 다데바야시 게이유정형외과병원 후루시마 선생님을 찾아가 수술과 외래 진료를 참관하면서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지를 심도 있게 배우게 됐다. 이 분은 겨드랑이로 접근해 제1늑골을 절제하는데 내시경을 이용해 시야를 확보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수술을 자체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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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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