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후서 영향력 행사할 듯… “당 대표직 유지하고 국왕 자문 역할”
올해로 38년째 장기 집권 중인 훈센(70) 총리가 장남인 훈 마넷에게 권력을 넘기겠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26일 현지 일간 크메르타임지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훈센은 이날 국영TV의 특별 방송에서 나와 "총리직에서 물러날 방침이며 이를 국민들이 이해해주기 바란다"면서 "장남 훈 마넷이 새 정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훈 마넷은 다음 달 7일 국왕에 의해 총리에 지명된 뒤 22일 국회에서 표결을 거쳐 새로운 총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센은 이번 결정은 국가 발전의 기초가 되는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자간 권력 세습을 겨냥한 비판에 대해서는 "훈 마넷은 이번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훈센은 장남이 총리가 되더라도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섭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집권당 대표·국회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퇴임 후 국왕 최고 자문위원장을 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훈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지난 23일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해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CPP는 전체 의석 125개 중 120개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5석은 친정부 성향의 정당인 푼신펙(FUNCINPEC)이 가져갔다.
이에 따라 훈센은 5년간 집권 연장이 가능해졌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왕이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한다.
또 이번 총선 압승을 계기로 부자간 권력 세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인 훈 마넷은 올해 45살로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 프놈펜의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2021년 12월 2일 부친 훈센 총리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다. 같은 달 24일 CPP도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후계자로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훈 마넷이 미국과 영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면서 공부한 이력을 들어 향후 그가 집권하면 캄보디아 사회의 변화를 이끌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1999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뉴욕대와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각각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훈센은 1985년 총리에 취임한 뒤 38년간 캄보디아를 이끌어왔다.
그는 1952년 8월에 캄퐁참주(州)에서 프랑스 점령군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대원의 아들로 태어나 1970년 공산 무장단체인 크메르루주 산하 비밀조직에 가입했다.
하지만 공산화에 성공한 폴포트 정권이 '킬링필드' 대학살을 저지르면서 부친과 친척을 살해하자, 훈센은 1977년 동료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달아났다.
이후 현지에서 동지들을 규합하고 베트남 정부의 지원을 받아 1978년 폴포트 정권을 무너뜨리고 캄보디아 인민공화국 수립을 주도했다.
이어 1981년 부총리 겸 외교장관직에 오른 뒤 1985년 1월 14일 32세의 나이로 총리에 전격 취임, 이후 지금까지 캄보디아를 통치해왔다.
훈센 정권은 2017년 11월에 당시 전체 의석 125석 가운데 55석을 가진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반역 혐의를 적용해 강제 해산했다.
CPP는 이듬해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해 일당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정치적 반대파는 그가 민주주의를 훼손한 독재자라며 강하게 규탄해왔다.
훈센 정권은 또 이번 총선에서 CNRP 출신 인사들이 만든 촛불당(CP)의 총선 참여 자격을 박탈하는 한편 해외로 망명했거나 가택연금 중인 정적들이 투표하지 않을 경우 향후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을 마쳤다.
그러자 국제 인권단체들 사이에서는 그가 반대파를 완전히 무력화하려고 법 체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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