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내가 나의 감옥이다’ 유안진
알알이 익으셨네. 한눈팔고, 두 눈 팔며 잘도 걸어오셨네. 눈은 본래 바깥을 보는 물건이니 내 눈에 내가 보이면 전장에 어찌 나아갈까. 아찔한 허방 골라 딛으며 제대로 걸어오셨네. 내 속에 나를 잘 모셨으니 내가 나의 궁전이네. 가시껍데기로 초식동물 이빨 막고, 떫은 속껍질로 애벌레 잘 물리치셨네. 마음이 앞설 때에 몸이 진중했고, 몸이 충동할 때 차가운 바늘이성 줏대를 세우셨네. 가시 빼고, 껍질 빼고, 달달한 밤 어디? 좌충우돌 까칠한 채로 원만구족하시네.
반칠환 [시인]
<유안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