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이 나라(미국)는 쇠퇴하고 있고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들이 법을 이용해서 선거에 개입하려고 한다”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날 맨해튼 법원에서 진행된 기소인부절차를 마친 그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이동해 지지자들을 향한 30분간의 연설에서 자신을 기소한 뉴욕 검찰을 성토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선거 개입 여부를 수사 중인 조지아주 검찰에 향해서도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시도이며 지금껏 보지 못한 규모의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검찰 압박은 앞으로 행동으로 옮겨질 조짐까지 보인다. 21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트럼프 캠페인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연방 공무원의 고용 및 해임권 확보’가 차기 집권 비전의 하나로 꼽혔다. 이 분석이 현실화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을 문제 삼거나 충성하지 않는 수사관들을 손보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대한 지원 중단 등을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집권은 사정 기관 대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권 세력이 보여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판 검수완박’ 시도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초 ‘적폐 청산’을 명분 삼아 반대 정치 세력들에게 사법 처리의 올가미를 씌우더니 집권 말기에 검찰의 손발을 무리하게 자르려다 정권 교체를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장부 위조 혐의 12건, 돈 지급 수표 발행 혐의 11건, 청구서 위조 혐의 11건 등 총 34건에 달한다. 각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4년씩 징역형을 받게 돼 최악의 경우 136년의 형을 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최근 NBC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 7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맞대결에서 최고 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판 검수완박 시도는 자충수일까 승부수일까. 내년 미국 대선 직전까지 알 길이 없을 듯하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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