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히로시마에 건립돼 1999년 평화공원 이전…매월 8월 위령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오전 히로시마에서 공동 참배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달래는 추모 시설이다.
위령비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주도로 1970년 4월 설립됐다. 높이는 5m이며, 한국에서 제작한 뒤 히로시마에 옮겨 세웠다.
본래는 평화기념공원 바깥에 있었으나, 재일 한국인과 일본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1999년 7월 공원 안쪽으로 이전했다.
지난 18일 위령비와 주변을 돌아보니 북쪽에는 원폭 공양탑이 있고, 남쪽에는 평화의 관음상이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히로시마의 상징과 같은 건물인 '원폭 돔'이나 원폭의 참상을 알리는 전시관인 평화기념자료관과 달리 관람객과 참배객은 드물었다.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당시 한국인 약 5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는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한국인 사망자를 3만 명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위령비는 2만 명으로 기록했다.
위령비에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인류 최대의 참극'으로 규정한 글이 새겨졌다.
비문은 명분 없는 싸움에 명분 없이 죽음의 마당으로 향해야 했던 동포 군인, 괭이와 낫을 들고 소와 말 같이 부림을 받던 동포 징용자 등 한국인 5만 명이 히로시마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거대한 파괴마(破壞魔)는 한국인이라고 해서 조금도 관대하지 않았다"며 원폭 투하 이후 25년간 쉴 곳이 없었던 영혼의 안식처를 마련하는 것이 비석 건립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위령비에는 원폭 희생자들의 원한과 증오가 사라질 것을 기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과 일본이 가까운 이웃으로 화친하길 바란다는 희망도 담겼다.
피폭자 2세인 권준오 민단 히로시마본부 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한일 정상의 첫 공동 참배에 대해 "기쁘고 고마운 마음밖에 없다"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핵무기가 정말 무섭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단은 위령비 청소를 매달 한 차례씩 하고, 8월 5일에는 제사도 지내고 있다"며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민단이 위령비를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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