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발 거센 ‘반미 폭풍’
▶ 전쟁 범죄로 50만명 목숨 빼앗은 알아사드 12년만에 국제무대 컴백
이란 이어 반미 국가 잇달아 포용, 무함마드 주도 중동 ‘탈 미국’ 가속…미 “시리아 재가입 자격 없다” 규탄
중동의 ‘역외 균형자’를 자처해 온 미국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아랍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랜 숙적 이란과 화해한 데 이어, 최악의 전쟁범죄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시리아까지 품으면서다. 미국의 결사반대에도 사우디가 대표적 반미(反美) 국가들과 잇따라 손을 잡으면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탈(脫)미국’ 행보가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7일(현지시간) 아랍권 알자지라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아랍연맹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재가입을 결정했다. 시리아로선 2011년 내전 발발 직후 아랍연맹에서 퇴출된 지 12년 만의 복귀다. 24년간 시리아를 철권 통치하고 있는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오는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국제무대에 발을 다시 디디게 된다.
2011년 시작된 ‘21세기 최악의 내전’으로 시리아에선 약 5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 제거를 위해 민간인 거주 지역에 화학무기를 살포하고 국민을 강간하고 고문하는 등 잔혹 행위를 일삼았다. 내전 발발 직전 2,100만 명에 달했던 시리아 인구 절반이 피란민으로 전락했다는 통계도 있다.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과 잔혹 행위 등을 이유로 아랍국가들은 물론 서방은 시리아와의 관계를 끊고 강력한 경제 및 외교적 제재를 가해왔다.
최근 몇 년 새 아랍국가들과 시리아 간 해빙 무드가 가속화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지원을 등에 업은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전역을 장악하면서다. 아랍국가들은 앞으로 최소 수년간 시리아를 집권할 알아사드 대통령과 대립해 봤자 실익이 없다는 계산에 따라 가드를 내렸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대해 “중동 지역에 더 건강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냈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의 종주국으로 중동 지역에서 주도권 다툼을 해 온 앙숙 관계였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무함마드 왕세자는 중국의 중재로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과 관계 회복에 나섰다.
중동의 전통적 질서를 뒤엎은 사우디의 이 같은 ‘파격적인’ 외교 행보를 두고 무함마드 왕세자의 ‘독자 외교’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권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관계가 불편한 ‘미국 패싱’이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시리아는 아랍연맹에 재가입할 자격이 없다”며 아랍 국가들의 결정을 규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아랍뉴스는 “바이든 정부를 놀라게 한 이번 조치는 사우디가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된 새로운 ‘다극 체제’ 환경에서 독자적인 진로를 계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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