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무디스 신용등급 7계단 강등, 2주새 주가 10분의 1토막
▶ SVB·시그니처은행 이어 퍼스트리퍼블릭 파산시 손실 확대 우려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가운데 한국 국민연금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이 은행 지분을 상당 수준 보유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만일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파산 도미노'에 휩쓸린다면 한국의 국부 손실도 확대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작년 12월 31일 기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식을 25만2천427주(공시 시점 기준 평가액 약 3천76만8천달러·이날 환율 기준 401억7천만원 상당)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같은해 9월 30일에는 23만704주(3천61만달러·399억9천만원)를 신고했는데, 주가가 소폭 떨어질 때 2만여주가량 추가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SEC 공시에는 국민연금 직접투자분만 반영되며 위탁운용분은 포함되지 않는다.
KIC는 작년말 13만7천853주(1천680만3천달러·219억6천만원)를 신고했다. 3개월 전 26만6천983주(3천485만5천달러·455억3천만원)에서 보유 지분을 절반가량 처분해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인근 실리콘밸리 기반의 SVB 붕괴의 여파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며 위기설이 제기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종전 'A-'였던 신용등급을 최근 두차례에 걸쳐 7단계 아래인 투기등급 'B+'로 끌어내렸고, 무디스도 'Baa1'에서 투자주의등급 'B2'로 7단계 강등했다.
이에 지난 19일 뉴욕 증시에서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7.11% 급락한 12.18달러(약 1만6천원)로 상장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8일 종가 115달러(약 15만원)에 비교하면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주가가 10분의 1수준이 된 셈으로, 국민연금과 KIC 등 투자자들로서는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과 KIC는 지난 10일 파산한 SVB, 이틀 뒤 문 닫은 시그니처은행 등에도 투자했던 사실이 앞서 확인됐다.
다만 국민연금은 작년 4분기 SVB의 옛 모기업 SVB파이낸셜그룹 직접투자 규모를 20%가량 늘려 10만795주(2천319만7천달러·303억1천만원)를 보유했던 반면, 동기간 KIC는 지분 80% 이상을 매도해 2만87주(462만3천달러·60억4천만원)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희비가 엇갈렸다. SVB파이낸셜그룹도 지난 17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편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주식 280만달러(35억원)어치를, KIC는 1천58만달러(137억9천억원)어치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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