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 전 조부 때 이주한 화교 3세 일부 언론들의 억지 포장 보도에 “중국서 성장했다면 불가능한 일”
▶ 네티즌, 사회 현실 꼬집으며 비판

영화‘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미셸 여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있다. [로이터]
“중국의 승리다!” “아니다. 그가 어째서 중국인인가?”
미셸 여(양자경·楊紫瓊)의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수상에 중국의 표정이 어수선하다. 일부 언론 매체들은 ‘중국 여성 배우의 사상 첫 아카데미상 수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흥분했다. “중국에서 나고 자라지도 않은 배우의 성공을 중국의 성공으로 포장 말라”는 냉정한 반론도 잇달았다.
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시아계 배우 사상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이었다.
중국 매체들은 대체로 ‘아시아계 여배우의 최초 아카데미 수상’이라는 제목을 뽑아 보도했다. “중국 여성 배우의 첫 아카데미 수상”이라며 여의 ‘중국계’ 정체성을 부각한 매체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의 유명 관변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중국이 부상하고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후 총편집인은 “중국 혈통과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오늘날 전 세계에 퍼져 있다”며 여를 가리켜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든 당신의 조상은 중국인”이라고 썼다.
여는 말레이시아 서부 페락에서 1962년 태어났다. 할아버지 량진쿤은 중국 남부 푸젠성 출신으로 2차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이 국민당에 승리한 1949년 말레이시아로 이주했다. 여는 중국에서 살아본 적 없는 말레이시아 화교 3세로, 말레이시아 국적자다. 일부 한국 언론은 그의 이름을 표준 중국어 발음대로 ‘량쯔충’으로 표기하지만, 스스로는 ‘미셸 여’ 혹은 ‘여추켕’이라 부른다.
중국 네티즌들은 여의 수상을 중국의 승리로 억지 포장하는 것을 비판한다. 후 총편집인의 SNS 글에는 “여의 조상은 중국공산당 건국 직전인 1949년 중국을 탈출했는데 그가 어째서 중국인인가”, “우리(중국인)는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는 반박 댓글이 달렸다. “중국의 영광이든 아니든 우리는 량쯔충의 영화를 볼 수 없다”면서 중국 당국이 허가한 외국 영화만 볼 수 있는 중국의 검열 현실을 꼬집는 댓글도 올라왔다.
중국 시사평론가 차이션쿤은 미국 자유아시방송(RFA)에 “여의 가족이 중국을 탈출하지 않았다면 과연 뛰어난 중국인이 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가 중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중국의 문화 억압 때문에 국제적으로 성공한 배우가 되지 못했을 텐데, 그의 오스카 수상을 중국의 성공이라고 자축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여의 중국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부각하지 않았다. “아시아 여배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평가한 환구시보는 “이 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나와 닮은 여성들의 것”이라는 여의 수상 소감을 전하며 중국계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더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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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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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글징글한 바퀴들...또 튀나왔네
헐리우드의 마켓팅 딤당이 중국계 하나 뽑아줄 때가 되서 이사람이 됐나 본데요. 저는 영화나 TV를 전혀 보지않는 사람이라 연기력 같은건 모르지만요. 일반 사람들이 리즈 테일러나 오드리 헵번, 비비안리를 이쁘다고 보는반면 헐리우드를 주름잡던 사람들은 그레이스 켈리같은 블론드를 최고로 쳐줍니다. 그러니 블론드가 아닌 동양인은 같은 종류로 보고 차이나 타운 딤섬집 여주인 같이 생긴 여자한테 주연상을 안겨주는 일이 생기네요.
바퀴벌래들 억지 오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