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연구팀 “1천m 물속에서 고압 공기로 ‘음성 입술’ 진동시켜”

이빨고래류가 소리는 내는 과정 설명 그림 [Mikkel Larris,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덴마크 연구진이 지구상 동물 가운데 가장 큰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고래가 1천m 바닷물 속에서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페테르 마센 교수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고래들이 압력이 해수면보다 100배나 높은 1천m 물속에서 코에 있는 기관인 '음성 입술'(phonic lips)을 진동시킬 만큼 강한 공기흐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고래가 먹이를 탐색하거나 사냥을 할 때 내는 소리는 지구상 동물이 내는 소리 중 가장 큰 수준으로 강력한 소총 발사 소리와 맞먹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범고래와 향유고래, 돌고래 등 이빨고래류가 사람으로 치면 낮은 삐걱거리는 목소리(보컬 프라이)와 보통 말하는 목소리, 가성(falsetto)에 해당하는 소리를 내는 3가지 성대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수심 1천m 물속은 압력이 매우 높아 폐 속의 공기 부피가 해수면과 비교해 1% 수준으로 압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래가 어떻게 음성 입술을 진동시킬 만큼 충분한 공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핵심 수수께끼였다.
연구팀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10여 년간 진행한 이 연구에서 훈련된 돌고래와 야생 향유고래 및 가짜 범고래를 대상으로 내시경을 이용한 고속비디오 카메라 촬영과 오디오녹음 등 방법으로 이들이 소리를 내는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래들이 바다 깊이 잠수할 때 폐가 갑작스럽게 수축하면서 공기가 입속에 있는 작은 근육질 주머니 속으로 압축돼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고래가 소리를 내고자 할 때는 근육질 주머니의 밸브가 1천분의 1초 정도 열리면서 압축돼 있던 고압 공기가 콧속으로 강하게 분사돼 음성 입술을 진동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센 교수는 "진동하는 음성 입술이 다시 맞물릴 때 딸깍하는 소리가 난다"며 이 소리의 볼륨은 매우 강력한 소총이 발사될 때 나는 소리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녹음된 고래 소리를 보면 이들이 3가지 성대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들이 내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오페라 가수보다 훨씬 넓다며 이를 이용해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빨고래류는 사냥할 때 소리로 소통하고 돌고래는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는 등 고래가 정교한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범고래와 파일럿 고래 등은 사람 방언처럼 학습되고 전달되는 복잡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마센 교수는 "이 연구가 사람들에게 인간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진화해온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가진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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