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반발에 학교 ‘이슬람 혐오’ 규정…학계 “이슬람 명작인데 이해 안 가”
미국 대학의 예술사 수업에서 700년 전 서적에 실린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삽화를 보여준 겸임교수가 해촉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미네소타주(州)의 사립학교인 햄라인대학의 겸임교수 해촉 결정을 두고 학문과 표현의 자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초 이 대학의 예술사 수업에서 겸임교수인 에리카 로페스 프래터가 이슬람 예술과 관련해 예언자 무함마드가 등장하는 삽화를 보여준 것이다.
1318년에 사망한 페르시아 학자 라시드 알 딘이 저술한 '연대기'에 실린 이 삽화는 무함마드가 천사로부터 신의 계시를 받는 장면을 묘사했다.
다만 로페스 프레터 교수는 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수업 과정에서 무함마드의 삽화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렸고, 수업 당일에도 30명 안팎의 수강생들에게 삽화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강의를 듣지 않아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슬람교가 예언자를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우상숭배로 간주하고 금지한다는 점을 감안한 공지였다.
그러나 수업이 끝난 뒤 한 학생이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수단 출신인 아람 웨다탈라는 이날 수업에 대해 "이슬람교도이자 흑인으로서 소속감을 느낄 수가 없다"면서 "학교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수업을 듣지 않는 교내 이슬람 학생들도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해 목소리를 내자 학교 측은 다음 학기부터 로페스 프래터 교수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로페스 프래터 교수의 행위는 '이슬람 혐오'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학교 측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로페스 프래터 교수가 보여준 삽화는 이슬람 예술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명작이라는 것이다.
이슬람 예술이 전공인 크리스티안 그루버 미시간대 교수는 "연대기에 등장하는 무함마드의 삽화 없이 이슬람 예술을 논한다는 것은 서양 예술에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가르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삽화를 보고 이슬람교도가 불편함을 느낀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동학 전공인 오미드 사피 듀크대 교수는 이 삽화에 대해 700년 전 독실한 이슬람 군주의 명령에 따라 신심 깊은 이슬람 장인이 제작한 작품이라면서 "이슬람 전통에 충실한 작품이 현대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그루버 교수는 학교 측의 해촉 결정이 부당하다는 청원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2천800명 이상의 학자들이 서명했다.
또한 국제 펜클럽의 미국 지부가 "심각한 학문의 자유 탄압 행위가 발생했다"는 비판 성명을 내는 등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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