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지 철수, 러군 상황 심각 방증…일각 “평화협상 위한 포석일 수도”
▶ 우크라 “다른 작전용 함정” 경계

우크라이나 여군이 9일 남부 헤르손 지역 최선전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군이 점령지였던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헤르손에서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59일 만이다.
헤르손은 러시아군 주요 병력이 주둔하는 크림반도와 흑해 연안 최대 항구도시인 오데사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 자진 철수하는 건 그만큼 전력 손실이 크다는 방증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다만 러시아가 철군을 연막으로 삼아 다른 작전을 펼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헤르손 탈환을 위해 분투해온 우크라이나도 당장은 웃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철군 발표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명의로 나왔다.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총사령관이 TV로 방송된 논평을 통해 “헤르손에 군 물자를 공급할 수 없으니, 헤르손 동쪽으로 흐르는 드니프로강 건너에 방어선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하자, 쇼이구 장관은 즉각 “동의한다. 철군하라”고 명령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가 지난달 초 폭발하면서 헤르손 주둔 러시아군 보급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행정부는 이미 강 동쪽에 새 본부를 차린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헤르손에서의 철군 결정은 러시아군 전력 약화를 반영한다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군이 ‘현실적 문제’를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헤르손에서의) 전력을 완전히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헤르손 주변에서 10만 명 이상의 러시아군 사상자가 나왔다”는 미군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전쟁 직후부터 장악한 도시다. 러시아군이 드니프로강 서쪽 헤르손을 교두보로 삼아 오데사 등을 점령하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헤르손 철수는 러시아가 이런 전략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헤르손 철수는 구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가 겪은 가장 큰 지정학적 패배”라고 비판했다.
특히 헤르손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강제 병합을 선언한 상징적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철군은 러시아군 전체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철군의 배경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러시아가 물러나는 척하며 새 부대를 배치해 공격하거나 다른 장소에서의 전투를 벌일 수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헤르손에 여전히 러시아군이 남아 있는 것도 수상하게 여긴다.
전력 보강 시간을 벌기 위해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근 동원한 30만 명의 예비군을 훈련하고 재편성하기 위해 러시아로선 힘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위해 포석을 까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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