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닐 천막 치고 모닥불 피워… “생존 알리려 신호 보냈으나 반응 없어”
▶ ‘희망 없겠구나’ 생각할 때 구조 불빛… “아 살았구나 싶어”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 매몰 사고 생존 광부 작업반장 박정하(62·오른쪽)씨가 보조 작업자 박씨(56)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암흑 속에서 불빛이 보이더니 동료 한 명이 형님! 하면서 막 뛰어왔어요. 아이고 이제 살았구나 싶었죠."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 열흘째인 4일(이하 한국시간) 밤 고립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선산부(작업 반장) 박정하(62)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박씨는 사고 후 고립된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모(56)씨와 함께 갱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출구를 찾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큰 암석으로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살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에 두 사람은 괭이를 들고 눈에 보이는 암석을 10m 정도 파나갔지만 뚫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는 "가지고 있던 화약 20여 개를 이용해 두 번에 나눠서 발파도 시도했지만, 그 정도 양으로는 암석 일부만 툭 떨어져 나가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파를 하면 밑에 우리가 있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또 고립돼 있거나 구조 중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굉장히 들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두 번의 발파에도 두 사람은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지 못했다.
위쪽으로 올라가 다른 출구를 찾기 위해 사다리를 이용하며 암벽등반도 해봤지만 슬러지가 계속 떨어지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급한 대로 갱도 내에 있던 비닐로 천막을 만들고, 생존 반응을 보내기 위해 모닥불을 피워 보기도 해봤지만, 반응은 없었다.
박씨는 "체온 유지를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기를 보내서 우리가 여기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극적 구조가 이뤄진 4일 밤 두 사람은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희망을 점점 잃고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기력도 떨어지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소진돼 갔다"며 "구조된 날 점심쯤 처음으로 '우리 희망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을 했었다"고 전했다.
이날 두 사람이 소지하고 있던 헤드 랜턴의 배터리가 소모되기 직전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박씨는 "랜턴 두 개 모두 불빛이 깜빡거리면서 꺼지려고 했다. 이제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회상했다.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하고 20여 분 뒤, 암흑천지 속 박씨의 귓가에 폭파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박씨는 구조될 수 있겠단 생각과 함께 일단 근처로 대피하기 위해 동료 박씨와 근처로 대피했다. 곧이어 불빛과 함께 "형님"하는 소리가 갱도 내에 울려 퍼졌다.
구조 작업에 투입된 동료 광부가 그를 발견하고 달려온 것이다.
곧장 두 사람은 119 특수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확보된 통로를 통해 스스로 걸어서 탈출했다.
사고 발생 열흘째, 시간으로는 만 22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니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못 나왔다면, 우리는 막장 안에서 둘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을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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